▲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5년 전 메시지가 그대로 담겼다.
남소연
대한민국은 촛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전엔 '자본' '소수 엘리트' '위로부터' '폐쇄'가 득세했다. 과거 권력의 가치다. 이후엔 '흐름' '다수' '아래로부터' '개방'이 대세다. 새로운 권력의 가치다. 촛불은 과거 권력을 밀어내고 새로운 권력의 시대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국정 방향을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권위적 대통령 문화 청산'을 약속했다. 참모들과, 시민들과 머리 어깨를 맞대고 토론하겠다고 밝혔다.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나누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청와대는 국민과 미래를 표방하고 출발했다. 4차 산업혁명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국민의 기대도 높았다. 소위 '86세대'의 대표격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개혁 전도사 조국 민정수석, 네이버 출신 윤영찬 소통수석 등이 포진하면서 새로운 권력에 걸맞은 참모진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2년 6개월 청와대 리더십은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위기 때마다 대통령 권위를 내세우곤 했다. 청와대가 국정을 주도하면서 국무총리실과 부처는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토론은 종종 홍보와 이벤트로 대체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새로운 권력의 가치를 구현하는 청와대를 기대했지만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정 우선순위 혼란, 성과 미흡으로 이어져
5년 단임제, 승자독식 양당구조, 정쟁의 일상화, 짧은 민주주의 경험… 대한민국은 이런 특징 때문에 국정성과를 도출하기가 유난히 어렵다. 과거 정권들도 집권 초기 1∼2년을 놓치면 야당의 공세에 대응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이번 정부는 갑작스러운 탄핵과 조기 대선, 인수위 없이 출범했다. '준비 부족'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인다. 국민들은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일하는 문 대통령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본다. 좋은 대통령이 곧 국정성과를 내는 건 아니다. 주요 국정현안으로 소통, 서민, 각종 개혁, 남북관계가 있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시기별 긍정평가 이유를 살펴보면 청와대의 국정 우선순위 혼재 현상을 볼 수 있다.
취임 100일엔 '서민' '소통'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취임 6개월에도 '소통' '개혁'에서 기대가 높았다. 취임 1주년엔 '남북정상회담' '북한과 대화재개' '대북정책·안보'로 1∼3순위가 모두 남북 관련으로 채워진다. 국정 우선순위가 남북관계로 쏠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