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술집 '낮섬'
박초롱
물론 살롱에 모이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쿨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서로의 인생이 서로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그렇다고 살롱에 모이는 청년들이 겉도는 이야기만 나누는 것은 아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이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기가 더 수월해지듯 이곳에 모이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의외로 깊다.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어떤 방식의 삶을 꿈꾸는지 등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오는데다 관심 분야가 비슷해 말이 잘 통한다.
최근 낮섬의 책모임에서는 채식, 페미니즘, 난민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얼마 전 낮섬에 온 사람들은 이곳에 오면 연애나 직장문제 등 친구들끼리 하는 뻔한 이야기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요즘 젊은이들이 너무 가볍고 이미지만 소비한다고 평하지만 모든 청년들이 가벼운 관계와 이미지 소비에만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책모임에 온 누군가가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으면 모두가 성심성의껏 저마다의 생각을 들려준다. 그렇다고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진 않는다. 이래라저래라 훈수를 두는 것과 내 생각은 이렇다고 전달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살롱 문화가 청년들에게 인기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관심 분야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덕업일치(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직업이 일치한다는 뜻)'가 신화처럼 취급되고 모두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아갈 수 없다 말하는 사회에서 실상 자신의 관심사와 하는 일이 완전히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사람은 일터 안보다 밖에 있는 경우가 많다. 요즘처럼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세분화되고 다양화된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나다움을 지키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
"혼자 있고 싶지는 않지만 내 일상을 침해받기는 싫다."
이런 고민을 가진 청년들이 살롱 문화의 중심이 되는 서점이나 문화공간을 찾는다. 올 추석. 은근하고 느슨한 연대를 원한다면 동네 서점에 가보면 어떨까? 의외로 먼 친척보다 말 잘 통하는 낯선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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