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정치적 판결 키코사건 재심요구 기자회견'에서 키코 사건 피해기업인이 발언하고 있다.
조선혜
"중소기업을 글로벌기업으로 키워오면서 밤낮 안 가리고 오지에 다니며 수출하지 않았습니까. 왜 우리가 이런 가혹한 상황에 처해야 합니까? 양승태 같은 사법부 적폐 우두머리 때문입니다."3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정치적 판결 키코사건 재심요구 기자회견'에서 조붕구 키코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장이 한 말이다. 조 위원장은 "한 땀 한 땀 회사를 만들어오고, 일자리 창출에 앞장섰던 중소·중견기업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환투기꾼으로 몰리고, 생존권을 박탈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삶을 보호해주지 않은 대법원이 우리에게 무슨 소용 있나"라며 "노력과 땀을 국가로부터 보호 받지 못한 것은 양승태(전 대법원장) 같은 적폐 판사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법원행정처, 박근혜 정부 돕기 위해 키코 사건에도 개입 정황'금융판 세월호'라 할 만한 대형 금융 사건 '키코사태'는 2007년 말 은행들의 권유로 키코(KIKO) 상품에 가입했던 700여 개 중소·중견기업들이 큰 손해를 입고 파산한 사건이다.
당시 피해기업들을 '환투기꾼'이라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은행이 중요 정보를 숨기고 상품을 판매한 정황이 담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2010년 수사보고서가 뒤늦게 공개된 바 있다. 이런 보고서가 있었음에도 지난 2013년 9월 대법원은 키코 계약이 불공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지난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관련 특별조사단(아래 특조단)의 조사보고서가 공개되면서 키코공대위가 키코 사건 재심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낸 것. 해당 보고서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의 국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사전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보고서에는 사법부가 청와대를 위해 최대한 협조한 사례로 KTX 승무원 정리해고 사건,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등과 함께 키코 사건도 언급돼 있다.
"특조단 조사로 밝혀진 사실 보고 충격...양승태 구속 수사해야"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 위원장은 "특조단 조사에 의해 밝혀진 사실을 보고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며 "양승태와 그 하수인들을 모두 구속 수사할 것과 키코 사건 재심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대 발언에 나선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간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독립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사법부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목소리 높였다. 더불어 그는 "양승태는 사법농단을 저지르고 온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대법원은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재판 거래 관련자들을 모두 조사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키코 피해 기업인들이 적극적으로 발언에 나서기도 했다. 최재원 일성하이스코 실장은 "우리 회사는 1984년 설립 이후 석유·가스발전설비를 수출한 회사로, 연간 2000억 원 매출을 달성했고 단 한번도 노사분규 없이 지대한 노력을 해오며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며 "2008년 가입한 키코로 인해 3년 동안 900억 원 손실을 입고 부도가 났다"고 밝혔다.
피해기업인 "특조단 보고서 보니 수출기업들 잘못 아냐... 재조사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