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고위급회담 '무기 연기'... 정부 '당혹'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을 전격 취소한 16일 오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새벽 0시30분께 고위급회담 북측 대표단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한미 공군의 연례적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문제 삼아 회담을 '무기 연기'한다고 알려왔다
연합뉴스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1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북한의 이번 발표를 두고 "이건 북한이 '한미훈련이 북미정상회담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비핵화 조건으로 건 게 군사적 긴장완화다. 그런데 한미연합 훈련을 해 전투기 8대가 온다는 건, 북한 입장으로선 '긴장완화'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조 연구위원은 이어 북한의 내부적 사정도 이번 '무기 연기' 발표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북미회담에 전체 협상 인력을 투여해, 남북 대화를 병행할 여력이 없다고 한다. 회담을 약속했다가 취소한 게 아니라, 이를 병행할 수 없다는 입장 전달을 다소 강력하게 한 것"이라는 추측이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이로 인해) 북미정상회담이 깨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판을 깨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예측했다. "일단 북한 측의 성명이나 담화 발표도, 문답 형식도 아닌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라는 점에서 그렇다"라고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설명했다. 북한의 이번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성명·담화 등 직접적인 정부 발표가 아니기에, 낮은 수준의 발표에 속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북한이 뭔가 한 번 쯤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본 것 같다"라며 그 이유를 지난 14일 태영호 전 공사의 국회 강연으로 꼽았다. 태 전 공사는 탈북한 전 북한의 고위간부다. 김 교수는 "개인적으로 북한이 실제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태영호 전 공사 비판)이라고 본다"며 "최고 존엄과 체제 문제에 대해선 (북한은) 그냥 넘기기가 어렵다. 자신들을 결코 우습게 가볍게 보지 말라는 경고"라고 분석했다.
김동엽 교수 "북한의 이번 발표, 자신들을 가볍게 보지 말라는 경고" 이를 북미간 갈등으로까지 해석할 만한 사안은 아니지만, 향후 북미·남북 간 협상 국면에서의 '기선 제압'을 위한 북한의 선제적 행동이라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한국 정부를 향해 "당당하게 행동하되 물밑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신중하고 성의 있는 태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한국 정부가 실수한 것이라고 봤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오늘 회담은 어차피 할 수 없게 됐다" "전폭기가 8대나 뜨고 장거리 폭격기가 뜨면 북한은 놀란다. 북한으로서는 조금 당황했을 것"이라며 "이러면 북쪽은 당연히 격한 반응을 보게 돼 있다. 국방부가 이를 좀 줄이자는 얘기를 했어야 하는데 안 했고, 청와대도 방심하고 있었던 것 같다"라고 짚었다.
그는 "이 건은 크게, 길게 봐서는 '찻잔 속의 태풍'이라고 본다. 북미정상회담에는 영향을 안 미칠 것 같지만 좋은 건 아니다"라면서도 "북한 반응은 충분히 예상되는 바였다. 이렇게 대대적·위협적인 무기가 동원되는 경우엔 '이건 좀 곤란하다. 지금 북미정상회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국방부가 미 국방부와 얘기를 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제 북한도 한국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됐다"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