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표 신년 기자회견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소연
지난 5일 한국기자협회는 홍 대표의 MBN 당 출입금지 조치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라며 "제1야당 대표가 기사의 한 구절을 문제 삼아 이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당 출입금지와 당 차원의 취재거부 지시를 내리는 등 비상식적인 결정으로 언론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기자협회로서는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비판 성명이다. 하지만 <TV조선>을 향한 홍 대표의 용비어천가는 의아할 수밖에 없다. 최소한 정치평론에 있어 <TV조선>과 MBN의 수준 차는 오십보 백보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러한 시각은 어떠한가.
최근 방송 진행자인 김어준은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홍 대표는 보수에서 버림받았다"며 "홍 대표를 보호하거나 방어하고 옹호해주는 보수 매체가 있는지 잘 봐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김어준은 지난달 22일 열렸던 홍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을 보수 매체가 철저히 외면했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홍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을 짧게 다뤘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아예 지면에 싣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김어준은 "홍 대표는 혼자 외롭게 고립돼 있다"며 "본인은 진보 매체에서 고립돼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진보 쪽은 원래 싫어하는 거고, 실제 홍 대표를 도와주지 않는 것은 보수 매체다. 보수의 코어쪽에서는 그 대체재로 유승민, 안철수 대표를 보고 있고, 특히 안 대표를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모론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7일 홍준표 대표의 이중적인 행보를 보면 일면 수긍이 가는 해석이기도 하다. <TV조선>을 향한 노골적인 찬양은 전통적인 보수매체와 보수층에 대한 구애로, MBN에 대한 소송 폭탄은 흔들리는 보수 다잡기와 보수 매체 붙들기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본인이 자처한 측면이 크지만, 여하튼 홍 대표는 최근 들어 '페북 정치'에 열을 올리며 '마이 웨이'를 가고 있는 듯 보였다.
"진실은 반드시 승리합니다"는 홍준표의 언론관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요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밀고 있는 '슬로건'이다. 최근 본인의 페이스북에 두 번이나 이런 문장을 적었다. 개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또 기차는 누구를 지칭하는지 국민들이 궁금해 할지 그 자체가 의문이지만, 결국 해석은 각자의 몫일 터다. 다만, 짖는 '개'가 '자유한국당'이고, 열심히 제 길을 가는 '기차'가 국민들이라고 해석하는 이도 적지 않을 것 같다.
그런 홍 대표가 최근 보여준 언론관은 그의 위기감을 극명히 드러낸다. 홍 대표의 시각에서, 양대 공영방송 KBS와 MBC는 '좌파'에 뺏긴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SBS도 돌아섰다고 판단할 수 있다. JTBC는 극우·보수에게 있어 '공공의 적'이다. 또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진보진영이 우세했다. 탄핵정국 이후 더더욱 그들이 기댈 곳은 종편과 보수언론, 보수층의 개인 메신저로 유포되는 '가짜뉴스'가 전부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망가뜨렸던 지상파가 '정상화'되면서 홍 대표와 극우·보수가 언론과 방송에 느끼는 위기감은 절체절명의 수준이지 않을까. 방송을 장악하고, 여론을 조작하며 손쉽게 정치했던 여당 시절의 방패막이가 다 사라져버렸으니, 얼마나 두렵고 외롭겠는가. 그 불안감의 발로가 시도 때도 스마트폰을 붙잡고 끄적이는 '페북 정치'로, MBN에 대한 민사소송으로, <TV조선>을 향한 구애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가짜뉴스를 보도한 MBN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소송이 끝날 때까지 당사출입금지, 취재거부, 부스 빼고 300만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가짜뉴스 시청거부 운동을 계속 하겠습니다. 변명문에 불과한 것을 올려놓고 정정보도문이라고 강변하는 것도 참 가증스럽습니다. 언론 재갈 물리기라고 말하는 것도 어처구니 없습니다. 아무런 힘도 없는 야당이 어떻게 슈퍼 갑질 대그룹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 있습니까? (중략)언론의 자유는 거짓의 자유는 아닙니다. 가짜뉴스도 언론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좌파 매체들,그리고 반대세력들이 일제히 같은 목소리로 나서는 것을 보니 MBN에 대한 이번 조치가 맞긴 맞는 모양입니다. 이번 기회에 갑질 가짜언론에 대해서는 어떤 댓가를 치루더라도 바로 잡을 것이고 절대 타협없이 옳고 그름을 가려낼 것입니다. 취재의 자유보다 가짜 언론에 대한 취재거부의 자유가 우선 한다는 것을 단단히 알려 줄 것입니다." (홍 대표의 3일 페이스북 글)MBN을 때리는 건 그래서다. 자신의 '편'이었던, 보수에게 우호적이었던 MBN을 때림으로서 일종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함께 가자고, 나를 버리지 말라고. 꽤나 적극적인 SOS라고 할 만 하다. 더군다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지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끈 떨어진 신세가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홍준표 대표 스스로가 믿을 곳은 '페이스북'밖에, 소셜미디어밖에 없다고 토로하는 것도 이해가 가고 남는다.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언론 환경을 묵과하고 비겁하게 몸을 사리면 대선 때의 악몽이 지방선거에 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게 됩니다. 명예훼손 민사소송이 완결될 때까지 MBN과 누가 정당한지 여부를 가려 보겠습니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건때와 마찬가지로 참고 또 참으며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진위를 가리겠습니다. 진실은 반드시 승리합니다."급기야 4일 올린 글에서 홍 대표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대로라면 '지방선거'에서 참패, 아니 몰락하고 정치적 생명이 끝날 거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불안감 말이다. '막말 정치'로 한국 정치의 수준을 몇 단계나 떨어뜨린 홍준표 대표의 진실이 과연 '승리'를 맞는지, '몰락'으로 끝나게 될지, 그 향방은 이제 다섯 달 남짓 남은 6.13 지방선거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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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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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엔 5억 소송·TV조선은 파이팅... 홍준표 낯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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