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토론회에서 1등 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5명 가운데 가장 '대통령감'으로 판단 받는 게 목표였다. 우리의 강조점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드러내는 것이었는데, 나름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이희훈
"민주당 경선 토론회만 11번... 리허설 따로 안 해"- 언론에서는 문 대통령이 TV토론에서 '본전치기'했다는 평을 내렸다."실제로 문 대통령이 토론을 못 하는 사람은 아니다. 순발력 있게 탁탁 치고 나가거나 상대에게 모질게 얘기하며 공격하지는 못하지만, 암기력도 뛰어나고 제반 이슈에 대해 상당히 해박하다. 사람들이 강한 사투리만으로 문 대통령이 사안을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우리에게 전화위복이었다. 토론을 못 할 거라 생각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괜찮네'라는 느낌을 줬다. 토론을 못할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도 도움이 됐다.
안보 문제도 전화위복이 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 배치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우리의 안보정책 공약이 현실적이고 사안을 정확하게 꿰뚫었다는 게 입증됐다. 그동안 우리가 시달려온 '종북' 프레임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TV토론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건가."처음부터 토론회에서 1등 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5명 가운데 가장 '대통령감'으로 판단 받는 게 목표였다. 우리의 강조점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드러내는 것이었는데, 나름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실력을 알기 때문에 그가 잘할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토론을 잘한다고 대통령으로 삼을 만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유 후보는 유능한 경제부총리라는 인상을 주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한때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가 돼서 선거가 힘들게 진행되던 순간이 있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경선 컨벤션 효과로 올라서던 4월 13일, 첫 TV토론에서 상승세를 잠재워버렸다. TV토론이 이렇게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줄은 짐작 못 했다. 토론을 잘 못 했으면 문 대통령도 당선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몇몇 해프닝이 있었지만 '일자리 대통령' 등 우리가 꾸준히 얘기하려고 했던 여러 메시지를 잘 알렸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문 대통령을 토론회에서 10분 만에 제압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우리의 기조는 홍 후보의 거친 언사에 싸우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하자는 쪽이었다. 그래야 대통령 면모를 더 부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걸로 계속 후벼 파는 식으로 공격해도 '쿨'하게 대응하시라고 일관되게 말씀드렸다. 그런데 홍 후보의 자극적인 막말은 예상보다 심했다. 노 전 대통령이 뇌물로 640만 달러를 받았다고 무조건 덮어씌우려 하니 거기서 문 대통령이 약간 자제력을 잃은 대목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굉장히 자제한 수준이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은 사상검증이다. 대북문제로 공격할 것이라고는 예상했는데 사형제나 동성애까지 거론하며 악랄한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동성애 질문은 전혀 예상 못 했고, 당시 문 대통령이 법률에 기초한 본인의 이해를 바탕으로 답변했다."
- 문 대통령이 한 차례 "이보세요"라며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보세요'가 약간 오버였다고 볼 수 있는데, 지지자 안에서는 '그것보다 더 혼을 내줘야 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반적으로 문 대통령이 참모들의 조언을 충실하게 따라주며 굉장히 자제했다."
- 이번 TV토론은 지난 대선 때보다 난이도가 높았다. 문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 준비했나. "리허설은 따로 안 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토론회를 11번이나 했다. 그때 충분히 연습 됐다. 본선 토론이 난이도가 높았지만, 경선 토론도 쉬운 건 아니었다. 네 명이 코피 터지도록 경기했다."
"이제 박근혜 같은 사람은 대선에 절대 못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