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에 출연한 심상정 후보
JTBC 갈무리
출마에 대한 '의아함'은, 선거 기간 내내 심상정 후보를 따라다녔다. 심 후보는 1월 20일 후보들 중 가장 먼저 출마선언을 했지만, 선거가 끝나기 직전까지도 의심을 거둬내기 힘들었다. JTBC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마저도 심 후보의 출마에 의구심을 표했다. 이날 손 앵커가 심 후보에 건넨 질문을 거칠게 전달하자면, "어차피 안 될 텐데 왜 나오냐"였다.
무례할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손 앵커도 이를 깨닫고 곧바로 사과했지만), 심상정은 담담히 답변을 이어갔다. 심 후보는 민주 사회에서 선거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부터 차근히 되짚으며, 소수정당 존재 의미를 공표했다. 정말 새로운 환경에서 치러지는 이 선거에서, 정권 교체의 성격을 좌우하는 캐스팅 보트를 쥔 정의당은 자신들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국회에서 불과 여섯 의석을 차지하는 이 작은 정당은, 이번 대선 과정을 함께 밟으며 그간 자신들이 집중해온 노동자, 여성, 빈곤층, 청년, 동물 등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의제에 자신들의 시각을 입혀 공론화했다. 좌파적이라 여겨졌던 의제들을 대중적 화법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렇듯 선거 내내 정의당은 왼쪽의 의제를 던짐으로써 건강한 견제자의 역할을 해냈고,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건강하고 강력한 견제자를 얻게 됐다. 통합의 가치를 내세운 문 대통령은, 그 정부를 이끌어가는 과정 속에서 '분명하게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잃어버리는 순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이번 선거에서처럼 심 후보가 보여준 진보정당의 강력한 견제가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면, 정부는 나태해지지 않을 것이다.
심 후보는 10일 오전 0시 20분경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임 대통령 앞에 막중한 과제가 있습니다. 무거운 짐을 지셨습니다. 국민들이 신임 대통령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촛불의 열망을 받아 안는 성공한 개혁 대통령이 되시길 바랍니다."문재인 후보의 당선과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의 뭉근한 병치는, 이전의 한국 사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이다.
[심상정의 순간 ②] 3월 26일, 정의당 19대 대선승리 전진대회 연설"진보정당은 80·90년대 청년들이 2000년대에 만든 정당이었습니다. 이제 그때에 우리 같은 청년들은 중년이 되고 장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모두 구세대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꿈꿔왔던 보다 민주적이고 보다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은, 그 꿈은 결코 낡은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당원 여러분께 제안합니다. 우리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꿈만 남겨두고 모든 것을 바꿉시다. 서로 다른 생각과 방법을 승인합시다. 우리를 단결시키지 못하고 우리를 갈라놓은 모든 사고방식을 버립시다. 민주적이고 다원적인 당을 현대적으로 개편해갑시다. 동의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