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눈꽃)눈꽃이 제대로 피는 조건이 있다. 눈이 내린다고 언제든 눈꽃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눈이 내릴 때 기온이 많이 내려가면 곧장 눈꽃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낮 시간엔 충분히 온도가 올라가 습도가 높았다가 오후에 해가 기울며 기온이 갑자기 영하로 뚝 떨어지면 눈꽃만큼 근사한 상고대가 만들어진다. 폭설 뒤에도 며칠 지나 기온이 급격하게 오르고 내리는 변화와 함께 눈꽃을 만날 수 있는데 그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오색령 부근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정덕수
동지를 맞은 오색령(한계령) 고갯마루엔 여전히 바람이 불겠다. 폭설을 뚫고 근사한 장면 하나 만날 욕심으로 수없이 오르고 내렸던 고개다. 바람으로 날려와 마음자락에 머물던 흔적 하나 있겠지 싶지만 온 자취도 떠난 흔적도 찾을 길 없다.
양양군은 곳곳에 아름다운 비경을 감추고 있다. 어지간한 노력 기울이지 않으면 절대로 보여줄 수 없다고 감추진 않았어도 사람들은 그저 차창 밖 풍경 정도로 휙 스치고 지나치는 곳곳이 비경이다.
또한 양양군은 어느 계절이랄 거 없이 사철 아름답다. 물론 아름다운 것만으로 치자면 누구에게나 고향만큼은 오롯이 추억을 품은 까닭에 모두 그리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외지에서 생활할 땐 그런 고향에 대한 글을 참 많이 썼다. 오히려 고향에 돌아와 생활을 하며 덜 쓴다.
그런데 최근 2달 가깝게 외지에 나와 있다 보니 눈 소식, 겨울 비 소식만으로도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다. 오늘은 큰 맘 먹고 설악산, 그중에서도 남쪽에 있는 뜻으로 남설악이라 하는 오색과 오색령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물론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눈과 관련된 이야기다.
"눈이 오면 차량을 통제하잖아요."설경을 담으러 폭설 속에 차로 움직인다면 대부분 이 말부터 한다. 평소에도 초보운전자는 차를 밀고 가고 싶다는 오색령인 다음에야 그런 걱정도 전혀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곳만큼 제설작업이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어지는 도로도 없다. 심지어 영동고속도로에서 폭설 때문에 차량을 통제하고 고립된다는 소식이 들려도 오색령은 여지간한 눈으로 통제하지 않는다.
양양에서 오색령 정상까지는 불과 28km 남짓이다. 그런데 이 구간에서도 눈이 읍내까지 내릴 확률은 현저히 적다. 심지어 불과 8km 남짓한 오색마을에도 비가 내리는데 온정골어귀부터 눈이 쌓일 때도 많다. 불과 몇 미터 차이로 눈이 내리거나 비로 바뀌어 내리는 걸 확인할 정도다.
양양에서 오색령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남설악터널이 나온다. 이곳까지 눈이 내리면 제대로 오색령 일대의 설경을 감상할 기회다. 반대로 인제방향에서 접근하면 한계삼거리 무렵부터 눈을 만나면 멋진 설경을 만날 확률이 높다. 물론 내륙인 인제방향에서는 인제에서 눈을 만나더라도 오색령에서 설경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아예 눈이 안 내리는 경우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