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기동민 의원 등이 비선실세 의혹을 제기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남소연
야당의 기득권 정치인들이 개헌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권력을 나눠먹기 원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면서, 개헌에 대해서만 관심을 표명해 왔다. 그러나 의원내각제든 분권형 대통령제든, 권력구조를 바꾸려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선거제도 개혁이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고 하지만, 선거제도 개혁 없이 의원내각제로 전환하면, '제왕적 총리'도 가능하다.
지금 일본의 아베 총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유권자 다수의 뜻과 무관하게 원전을 재가동하고, 평화헌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2014년 중의원 총선에서 일본의 아베 총리가 얻었던 득표율(자민-공명 연립여당의 득표율)은 46%대였지만, 자민당이 40%대 득표율로도 지역구 선거를 휩쓸면서 68%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베총리는 장기집권의 길로 들어섰다.
좀 더 과거로 가면 영국의 대처 전 총리를 생각해 보면 된다. 대처 전 총리는 무려 12년간 집권하면서 영국사회를 신자유주의 방향으로 몰고 갔다. 민영화를 하고 노동자들을 해고하면서 일방통행식의 정책을 펼쳤다. 대처 총리의 정책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그가 행사한 권력이 대통령보다 적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의원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를 하면서도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려면, 선거제도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의원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를 하는 모범사례로 얘기되는 독일,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등은 모두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의 선거제도를 갖고 있다.
이런 선거제도를 통틀어서 정당득표율과 의석을 연동시킨다는 의미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한다면, 이 제도가 전제가 되어야 의원내각제든 분권형 대통령제든 제대로 작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만 개헌을 해도, 누군가가 독재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그런 장치없이 권력구조만 바꾸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임기내 개헌'이라는 일정은 거부해야 한다그래서 야당들에게 두가지 입장정리를 요구한다. 야당들 스스로 하지 않는다면, 결국 주권자인 시민들이 이 두가지 입장을 관철시키는 활동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첫째,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우선해야 한다. 4년 중임제 대통령제는 8년 독재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의원내각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런 권력구조가 민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전제조건인 선거제도 개혁부터 논의하는 것이 순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권고한 방안이며, 선거제도 역사상 가장 민주적이고 공정한 제도로 증명되었다. 이제는 이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둘째, 개헌의 내용 이전에 개헌의 절차부터 논의해야 한다. 정치권 중심의 논의가 아니라 시민들이 참여하는 절차를 설계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헌법개정에서 주권자인 국민들은 늘 소외당해 왔다. 국민들이 그저 정치권에서 만든 개헌안을 놓고 찬성투표를 할 것이라는 생각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오산이 될 수 있다.
이번 개헌은 개헌 논의의 과정에서부터 시민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박근혜 대통령 임기내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주적 절차를 밟으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임기내 개헌'이라는 일정은 거부해야 한다. 야당들은 이 두가지 점을 분명하게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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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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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폭탄'에 복잡해진 야당, 끌려가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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