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반도 사드배치를 성주군으로 확정한 후 15일 경북 성주군 성주군청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배치를 설명하던 도중 성주군민들이 투척한 계란과 물병을 피해 버스에 들어가자 주민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이희훈
[4신: 15일 오후 10시 40분]"총리 감금? 나오라 할 땐 안 나오더니" 성주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군민들의 네 번째 촛불이 타올랐다. 15일 오후 8시부터 성주군청에서 '사드 한국 배치 반대 범군민 비상대책위'가 주최한 촛불집회에는 1500여 명 (집회 측 추산·경찰 추산 800명) 의 주민들이 참여했다.
대열의 맨 앞을 지킨 교복을 입은 학생들부터 지팡이를 짚은 노인들까지 각계각층이 촛불을 들었다. '사드배치 결사반대 구호가 적힌 수건을 든 주민들의 입에서는 연신 "국민 합의 없는 사드 배치 우리는 반대한다"는 외침이 들렸다.
새누리당 이완영 (고령군·성주군·칠곡군) 의원은 들끓는 민심을 진정시키는데 애를 먹었다. 특히 그는 자신이 사드 배치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혹 제기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 의원은 "국무총리와 국방장관에게 성주 사드 배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한다"면서 "제가 여러분하고 뜻을 같이 하겠다는 걸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군민들의 분노는 새누리당으로 향했다. 이날 구성한 비대위 위원들 중 도의원, 군의원 등 새누리당 소속 인사들이 포함되어있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새누리당을 탈당하라는 요구가 계속됐다.
이재동 성주군 농민회장은 "(비대위와) 새누리당을 모두 탈당하는 운동을 전개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시점을 정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방의원 뿐 아니라 일반 당원들까지 탈당 움직임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사드 배치 찬성하는 새누리당 각오하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배가 나가다가 암초가 있는데 암초를 박고 갈 수 있느냐"면서 "오늘 우리가 큰 암초를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우리의 열기가 전해져서 국회에 비준동의를 하나 마느냐하고 있다"면서 "국회도 며칠 있으면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군수는 "우리 힘으로 지켜야 한다"면서 "외부 세력이 가미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도 성주를 찾아 환영을 받았다. 성상희 변호사는 "법률가들도 여러분들이 고향을 지키기 위한 일을 하고 있는데 힘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고 함께 하리라 생각한다"면서 "다음 주 월요일쯤 대구에 여러 변호사들이 함께 이 자리를 방문해 여러분께 인사를 하는 자리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성주 주민들의 촛불집회는 밤 10시를 조금 넘겨 끝이 났다. 비대위는 정부가 사드 배치를 철회할 때까지 촛불집회와 스티커 부착, 주민 교육, 유인물 배포 등의 활동으로 주민들의 뜻을 하나로 모아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주민들 사이에서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감금'했다는 언론의 표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사회를 맡은 이재동 농민회장은 "우리는 이야기를 하자고 했고, 총리가 버스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은 것"이라며 "이것이 어떻게 감금이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실제 이날 오후 주민대표단과 황 총리가 주민들이 에워싸고 있던 버스 안에서 나눈 대화에서도 황 총리는 안전을 보장하는 주민들의 요청을 거부했다.
양쪽이 나눈 녹취를 들어보면 한 주민대표는 황 총리에게 "절대 총리님 이하 모든 분들 안전은 제 목숨 걸고 보장하겠다"고 안전 보장을 약속했다. 주민들 앞에서 사드 배치 재검토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는 말이라도 해달라는 요구였다.
주민대표는 황 총리에게 "더 이상 (버스 안에서) 이렇게 있을 수도 없지 않나"라며 "자리에서 나가면 (주민들을) 순한 양으로 만들어드리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황 총리는 박 대통령에게 성주의 민심을 전달하겠다고는 답했지만 버스 밖으로 나가는 것은 거부했다. 황 총리는 "옆에서 이야기하면 설명이 되지만 (밖에서) 같은 이야기를 하면 답을 달라, 지금 결론을 내달라로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말을 남긴 황 총리는 1시간도 지나지 않아 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현장을 떠났다.
[3신: 15일 오후 7시 50분] 황교안 총리, 6시간 30분만에 시위 현장에서 빠져나가황교안 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 일행이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차안에 갇혀 있다가 오후 6시가 넘어 겨우 빠져나갔다.
황 총리 일행은 주민들이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며 차량을 막고 내보내주지 않자 오후 5시 35분쯤 성주군청 뒷문을 통해 빠져나갔다. 황 총리가 빠져나가기 전 경찰은 주민들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하고 주위를 분산시켰다.
하지만 주민들이 군청 뒤쪽으로 달려가 황 총리가 탄 차량을 가로막았고 일부는 차량 앞문을 주먹으로 쳐 깨뜨리기도 했다. 주민들은 길가에 세워져 있던 트럭 등을 가로막아 바리케이드를 치고 황 총리의 차량을 막았다.
황 총리의 차량에 계란이 던져지기도 했다. 주민들과 경찰은 서로 얽혀 차량을 가로막거나 접근을 막았고 일부 주민은 차량 지붕으로 올라타며 총리에게 사드 재검토를 강하게 요구했다.
경찰은 차량을 멈춰 세우고 황 총리가 차량에서 빠져나와 다른 차량으로 바꿔 탔지만 주민들은 또다시 황 총리를 쫓아가며 가로막았다. 주민들과 경찰이 뒤섞여 아수라장이 되면서 도로는 차와 사람으로 뒤범벅이 됐다.
황 총리는 결국 6시 8분쯤 성주읍을 겨우 빠져나갔고 한민구 장관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채 주민들에 에워 쌓였다. 경찰은 성주IC 쪽으로 한 장관이 탄 차량을 힘으로 밀고 갔지만 주민들이 차량으로 막았다.
경찰은 차량을 성주경찰서 쪽으로 틀었으나 여전히 주민들이 막아서자 다시 돌려 경산교 쪽으로 빠졌다. 한 장관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오후 6시 30분쯤 겨우 성주읍을 빠져나갔다.
황 총리와 한 장관이 빠져나가자 주민들은 허탈한 모습을 보였다. 한 주민은 "우리 동네에 내가 집을 한 채 지어 줄 테니 지들이 와서 살아보라"며 울먹였고 다른 한 주민은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주민들은 황 총리가 빠져나간 뒤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성주군청 앞마당에 모여 오후 8시부터 촛불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사드성주배치 반대주민대책위원회'도 이날부터 '사드성주반대 투쟁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투쟁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오후 4시 10분부터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의 주선으로 주민 대표 5명이 황 총리 등을 만나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황 총리 등 정부 당국자들과 성주군민 대표단의 협상은 끝내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버스 안에서 50 분가량 면담을 마치고 오후 5시께 밖으로 나온 주민대표단은 주변을 봉쇄하고 기다리고 있던 주민들에게 협상 내용을 전달했다.
양쪽이 나눈 이야기를 녹음한 것을 들어보면 정부와 성주 주민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가 여실하게 전달된다. 성주 주민들은 일방적 정부의 사드 입지 발표에 분노했다. 한 주민 대표는 "성주 사람들도 밥 먹다가 티비를 보고 알았다"면서 "이렇게 결정하는 게 어딨나"라고 황 총리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또 다른 주민 대표도 "민주주의는 절차이고 과정"이라면서 "총리가 이를 무시한다면 우리가 민주주의 나라에 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총리는 북핵의 위험성을 들어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반복했다. 황 총리는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 시스템 아니지 않나, 언제든지 도발한다면 그냥 당할 수 없지 않나"라며 "다층 방어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사드 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주민대표단은 거듭 사드 성주 배치를 재논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황 총리는 "말씀하신 내용들을 제가 검토해보겠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황 총리는 재검토 다짐을 버스 밖 주민들에게 해달라는 요청은 불상사를 우려해 거부했다.
[2신 수정 : 15일 오후 5시 16분]이완영 새누리 의원이 중재 나섰지만... "사드 철회 안 하면, 총리 서울 못 간다" 점심께부터 시작한 성주군민과 황 총리 일행의 대치는 오후 5시 15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를 중재하는 시도가 몇 차례 이어졌지만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주민들은 트렉터를 이용해 아예 황 총리 일행이 탄 버스가 군청을 벗어나지 못하게 가로막아버렸다. 주민들은 "사드 배치 결사반대", "우리 모두 다 죽여라", "한국에서도 결사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복 경찰들은 황 총리 일행의 버스를 에워싸고 주민들의 접근을 막고 있지만 이따금 양측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버스는 날계란 세례를 받았고 이따금 버스 문이 열리면 물병이 날아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다수 주민들은 "폭력은 안 된다"며 흥분을 가라앉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주민들은 사온 물과 아이스크림을 경찰과 함께 나눠 먹기도 했다
이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주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아야 했다. 중재에 나선 이 의원은 오후 3시께 "한 장관과 협상하고 총리는 서울로 보내주자"는 중재안을 내밀었지만 주민들은 "철회를 약속하라"며 항의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민들의 거듭된 요구 끝에 오후 4시 12분부터는 주민대표 5인과 황 총리의 면담이 미니 버스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 주민들은 정부가 만족할 만한 답을 주지 않으면 황 총리 일행을 서울로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외치고 있다.
[1신 : 15일 오후 4시 20분]중고생도 등교 거부하고 농성... 총리, 주민 반발에 4시간째 고립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후보지를 발표한 후 3일 만에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 등이 경북 성주를 찾아 머리를 숙이고 주민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계란 세례만 당했다.
황 총리 일행이 15일 오전 성주군에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이 오전 9시부터 성주군청 앞마당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보였다. 일부 학생들은 등교를 거부하고 모였고, 등교했다가 외출증을 끊어 집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황 총리가 성주군청에 도착하기 전 성주군의회 의원 등 5명은 삭발을 하고 사드 배치 반대를 외쳤다. '사드 배치 반대' 피켓과 현수막을 든 주민들은 "사드 배치 반대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닌 한반도 전체의 문제"라며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황 총리는 오전 11시쯤 성주군청을 찾아 단식 중인 김항곤 군수와 성주군의회 의원들과 악수를 나눈 뒤 주민들 앞에 섰다. 앞서 총리 일행은 헬기를 타고 성산포대를 둘러보기도 했다.
총리 말 끝나기도 전에 물병 세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