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경찰 살해범 사형' 공약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CNN
미국에서 '언어 왜곡'의 선두에 선 사람은 단연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다. "한국은 주한미군을 공짜로 데려다 쓴다," "예쁜 여자는 일할 필요가 없다," "멕시코 이민자들은 마약과 범죄를 들여온다" 등 트럼프의 '막말'은 손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것만으로 부족했던 것일까. 그는 최근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시켜야 한다"며 또 다른 '언어 폭탄'을 터뜨려 전세계를 경악시켰다.
지난 11월 파리에서 총기 테러가 일어났을 때, 트럼프는 '프랑스의 엄격한 총기 규제가 재앙을 키웠다'고 언성을 높였다. "만일 프랑스인들이 (미국인처럼) 총기를 소지하고 다닐 수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미국 대다수의 주가 총기 소지를 허용하지만, 미국 총기 난사 사건은 빈도나 희생자 수에서 프랑스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말이다.
그러다가 캘리포니아에서 초대형 총기 사건이 터지자, 트럼프는 '무슬림'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는 "(가해자들) 이름을 보라"며, 노골적으로 아랍계 이민자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온 것이 "모든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발언이었다. 무지와 정치적 계산 앞에서는, 총기 사건 대다수가 자국인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쩌면 정치인들의 언어 왜곡은 피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정치인들이 정치적 이득을 추구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테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그 '막말'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일 것이다. 언론, 지식인, 시민사회가 '불량 언어'를 맹렬히 비판하며 맞서싸울 때, '왜곡된 언어'는 그저 개인의 '망발'로 끝날 뿐, '왜곡된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당사자 한 번 뜨겁게 데이고 나면, 무지와 탐욕이 폭로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입을 함부로 열지 못할 것이다.
미국 언론 <뉴욕타임스>, <CNN>, <MSNBC> 등은 트럼프의 '유해한 언어'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경영자들이 즐겨읽는 <포브스>까지도 '트럼프의 멕시코 이민자 발언의 허구성 폭로'라는 제목으로 이민자들의 범죄율이 자국인보다 낮다는 사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이 나오자, 시앤앤(CNN)의 프리다 기티시는 "트럼프는 미국의 크나큰 수치(Donald Trump is a huge embarrassment for America)"라며 비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인 대다수는 트럼프의 무슬림 발언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일어난 총기 사건으로 무슬림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이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도 말이다. 엔비시(NBC)와 <월스트리트>가 공동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말에 찬성한다고 말한 국민은 25퍼센트에 지나지 않은 반면, 57퍼센트의 미국인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우리 사회는 정치인,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유해한 언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박근혜의 유해한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