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학교 교사 구로다 다카코씨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 로비에서 자신이 쓴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인 <함께 배우는 인간의 역사>를 들고 있다.
선대식
일본 교사 30여 명은 5년 동안의 집필 기간을 거쳐, 지난 4월 중학교 사회 과목의 역사 교과서인 <함께 배우는 인간의 역사>(아래 <인간의 역사>)를 펴냈다.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했고, 내년 38개 학교의 학생 5300명이 이 교과서로 역사를 배운다.
현재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만드는 '이쿠호샤' 교과서와 우익 성향의 '지유샤' 교과서가 식민지 지배와 전쟁을 미화하고 있다. 또한 아베 정부는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에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일제 침략을 최소화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교과서 최초로 일본군과 싸운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이 교과서는 특별하다.
도쿄의 한 중학교 교사 구로다 타카코(62)씨는 이 교과서 제작에 관여했다. 그는 '한일 시민이 함께 하는 동학농민군 역사를 찾아가는 여행'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다. 25일 오전 출국 직전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구로다씨는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용서할 수 없다"면서 "아베 총리와 박근혜 총리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기자와 구로다씨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학생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가르치고 싶다"
- 올해로 10회째 열린 '동학농민군 역사를 찾아가는 여행'에 3년 연속 참가했다."일본 학자들이나 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정확한 역사를 가르치고 싶어 한다. 이 여행을 만든 나카츠카 아키라 나라여자대학 명예교수와 박맹수 원광대 교수는 매년 새로운 사실을 발굴한다. 이를 배워서 학생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가르치고 싶었다."
- 일본 학교 수업에서는 동학농민운동을 어떻게 다루고 있나."일본 교과서는 1894년 동학농민운동을 다루지 않는다. 당시 상황을 일본과 청나라가 조선이라는 조그마한 물고기를 낚으려고 경쟁하는 모습으로 그린다." (동학 농민군은 청일 전쟁이 격화된 1894년 9월 일본을 물리치기 위해 2차 봉기에 나섰다 - 기자 말)
- <인간의 역사> 교과서에는 '일본군이 농민군을 철저히 탄압하겠다는 방침을 취하였기 때문에, 농민군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서술했다. 일본을 가해자로 표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일본 정부나 우익 쪽 사람들은 이런 내용을 절대 가르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5년 전부터 수업에서 동학농민운동을 가르쳤다. 처음에는 학생들도 놀란다. '우리 선조들이 나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후에는 '우리 세대는 그런 일을 되풀이 하지 말자'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 역사를 진실로 배운 것은 마음의 식량이 됐다. 앞으로 일본, 중국, 한국이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밑천이 되겠다'라고 적은 한 학생의 감상문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