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 입구에서 바라다본 의암호 풍경.
성낙선
삼악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두 군데로 대별된다. 의암호에서 시작되는 등산로와 등선폭포가 있는 곳에서 시작되는 등산로가 그것이다. 이 등산로들은 서로 상이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쪽이 급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데 반해, 다른 한쪽은 상대적으로 경사가 완만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경사가 급한 쪽은 의암호에서 시작되는 등산로다. 이곳의 등산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막으로 시작해 오르막으로 끝난다. 오르막 끝에는 또 '깔딱고개'라는 게 있다. 이 지점에서 잘못하면, 그야말로 숨이 '깔딱'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이 등산로에서 완만한 길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등산로 중간중간에 거대한 바위들이 나타난다. 그 바위들은 그냥 두 발로 걸어오를 수 없다. 두 발과 두 손을 모두 다 사용해야만 한다. 천만다행으로 바위마다 사람들이 잡고 오를 수 있는 쇠줄이 단단하게 고정돼 있다. 등산 초보자들은 이 쇠줄 없이 산을 오르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니 이 길에서 빙수를 떠올리지 않고 배길 수 없다. 등산로 중간 지점에서부터는 쉬었다 가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진다. 삼악산은 당연히 고생을 심하게 해야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그런데도 처음부터 이 길로 발을 들여놓은 건 '기왕 맞을 매, 먼저 맞고 끝내자'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