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행위로 처벌을 기다리고 있는 전북동화중학교 오준수(가명) 학생이 31일 오후 전라북도 정읍 전주지방법원 인근에 위치한 한 상담센터에서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
유성호
지난 7일 전라북도 정읍시 전북동화중학교(아래 동화중)에서 학교폭력자치위원회(아래 학폭위)가 열렸다. 오준수(가명·17)군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준수군은 3월 한 달 동안 다섯 차례 반 친구들을 때렸다. 3년 전 학교폭력으로 두 차례나 강제전학을 당한 뒤 이 학교에 왔고, 이 학교에서도 폭력 행위로 2년간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
이쯤 되면, 어떤 학교도 준수군을 감당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준수군의 담임교사인 신익호 교무부장은 "준수군이 동화중학교에서 나가면 다시는 학교 안으로 돌아오기 힘들다, 그 다음엔 어떻게 되겠느냐"면서 "학폭위에 '저와 관계 형성을 하면서 마음의 변화를 가져올 기회를 달라, 폭력 행위가 재발하면 5일간 출석정지를 해달라'는 제안을 했는데, 다행히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준수군은 학폭위가 열리기 전부터 학교 상담교사의 추천으로 정읍시내의 한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신 부장이 준수군을 차에 태워 상담센터로 향했다. 이곳에서 기자와 만난 준수군은 "친구가 부모님 욕을 해서 때렸다, 선생님은 (다른 학교와 달리) 제가 왜 친구들을 때렸는지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이셨다"고 말했다.
준수군은 "선생님께 감사하다, 계속 상담을 받겠다"고 말했다. 신 부장은 "마음에 상처가 있는 아이들은 눈이 뒤집힐 때가 있다, 아이들에게 '믿을 만한 어른이 한 명은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아이들과의 좋은 관계를 만들면 마음의 문이 열릴 것"이라면서 "이런 학생들이 학교를 계속 다니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동화중은 특별한 학교다. 돌봄과 치유가 필요한 학생을 품기 위해 2010년 기숙학교로 설립됐다. 전교생 72명 중에서 23명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가정환경이 불우한 학생들,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등으로 강제전학을 왔다. 전국 최초의 공립 대안중학교인 동화중은 이후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일반학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이곳을 찾는 만큼, 웬만한 열정과 의지만으로는 교사들이 버티기 힘들다.
학생이 교사에게 욕하고 대드는 학교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