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서 졸업식을 마친 학생들이 교실에 모여 그동안 함께했던 친구들과 헤어지기 아쉬워하며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성호
양평에는 새로운 교육을 찾는 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곳에는 세월·수입·정배초등학교 등 많은 혁신학교가 있다. 양평에는 폐교 위기의 작은 시골 학교를 살려보자는 교사들의 노력이 있었고, 현재는 혁신교육의 중심지가 됐다. 그중에서도 조현초는 가장 주목받는 학교다.
2007년 98명이었던 이 학교의 학생수는 지난해 345명으로 늘었다. 최근 매년 20~60명의 전학생이 오고 있다. 시골 학교 학생수가 단기간에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교실이 부족해지자, 최영식 교장은 냉난방이 안 되는 간이 건물로 교장실을 옮겼다. 이 학교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07년 3월 이 학교에 부임한 박성만 교사는 충격을 받았다. 박 교사는 "이곳에는 다른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월말고사가 있었다, 또한 중학교 반 배치고사에서 이 학교 졸업생들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도록 교사들은 오후 9시까지 학생들을 공부시켰다, 학생들은 겨울방학 때도 나와 문제집을 풀었다"라고 말했다.
2007년 9월 평교사 출신의 이중현 교장이 교장공모제를 통해 이 학교에 부임한 뒤, 변화가 시작됐다. 이 교장은 교사들에게 조현초를 농촌지역의 공교육 모델로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교사들과 머리를 맞댔다.
이중현 교장과 교사들은 밤늦도록 회의를 이어가기 일쑤였다. 2008년 이중현 당시 교장의 요청에 평교사로 이 학교에 첫발을 내디딘 최영식 교장은 "'시골 학생들은 기가 많이 죽어있으니, 이 지역에 어울리고 아이들의 삶과 연결되는 교육과정을 만들어 배움의 열의를 불러일으켜보자'고 결정했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했다"라고 전했다.
양평에는 도시와 달리 사교육이나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교사들은 수업 과정을 이들 학생들에게 맞추는 디딤돌 학습 등 아홉 가지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이후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이 크게 줄었다. 최 교장은 "모든 학생들에게 잠재적인 재능을 발현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생태학습 등을 진행했더니, 학교에 활력이 돌았다"라고 밝혔다.
학생들의 자치 활동을 뜻하는 어울마당은 학교가 자랑하는 교육과정이다. 박성만 교사는 "학생들은 지난해 학급·학년·학교 어울마당에서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자'고 정했고, 그 후 이를 어기는 학생은 없었다"라면서 "교사가 개입하거나 통제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할 때 효과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학교, 마을교육공동체의 중심에 서다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은 2009년 보궐선거에서 남한산초·조현초 등을 모델로 한 혁신학교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그해 처음으로 지정된 혁신학교에 조현초가 포함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많은 학부모가 학교 문을 두드렸다. 현재 학생의 다수는 외지에서 온 학생들이다. 이는 적잖은 문제를 야기했다. 원주민과 이주민이 잘 어울리지 못한 것이다.
박성만 교사는 "이주민이 늘자, 마을의 구심점이었던 학교가 마을과 따로 떨어진 섬이 됐다"라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학교를 중심으로 한 마을공동체를 복원하기로 했다. 먼저 학생들이 벼농사, 양평시장 체험, 마을탐사 수업, 마을 어르신 인터뷰 등을 통해 마을과 더욱 가까워지도록 했다.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융합에 큰 신경을 썼다. 학부모 체육대회를 열었다. 이주민들의 시골 생활을 돕는 강좌를 열었다. 또한 이주민들은 학교가 임대한 논에 농사를 지었고, 이는 원주민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들은 또한 자신의 재능을 살려, 학교가 파한 뒤 집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두레교육'에 나섰다. 조현초는 어느새 마을교육공동체의 중심에 섰다. 학부모들은 협동조합을 꾸려, 방과 후 수업 강사로 나설 예정이다.
조현초 구성원들에게 고민이 있다. 조현초에 자녀를 보내려는 이주민이 늘면서, 이곳 집값·전셋값이 치솟은 것이다. 이를 감당하지 못한 원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밀려났다. 또한 학교 주변에 전원주택이 지어지면서, 숲이 파헤쳐졌다. 최탁 교사는 "다른 지역에도 혁신학교가 자리를 잡아, 이곳에 오지 않고도 혁신학교의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