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양경찰청 제공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내일로 200일이 된다. 지난 10월 29일 295번째 사망자 황지현양의 시신이 197일을 기다린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아직 9명의 실종자가 남아 있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외치는 동안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있었고,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가 있었다. 검찰은 해경 몇 명을 사법처리하는 꼬리 자르기로 국가의 책임을 묻지 않았고 감사원 감사도 청와대에 대해서는 언급도, 자료공개도 없었다. 검찰과 감사원이 나서 정부 책임을 면제해 준 꼴이다.
정작 박근혜 정부는 규제완화·민영화와 같은 정책기조는 변함없이 유지하는 가운데 문제투성이 안전대책만 내놓았다. 정부가 낸 대책은 대형선사와 안전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즉, 안전 문제에 대한 권한과 능력을 더욱 더 민간기업에게로 넘겨 안전한 사회를 도모하겠다는 것이었다.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안전규제 완화 문제는 6개월이 넘도록 해결하지 않은 채, 오히려 안전대책을 안전산업 육성 경제정책으로 둔갑해 안전 규제 완화를 고착 시키고 있다. 또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이제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밝히고, 정부의 정책기조와 안전대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제대로 밝혀져야 할 구조적 원인 한국에서 연안여객선 사고는 20년 주기로 반복되어 왔다. 1953년 창경호 침몰(300여 명 사망), 1970년 12월 남영호 침몰(326명 사망),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292명 사망). 모든 사고가 과적 혹은 과승으로 인해 복원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기상악화, 빠른 조류 등으로 인해 복원력을 잃고 침몰한 사고다.
즉, 세월호 사건에서 검찰이 "선사측의 무리한 증톤 및 과적으로 인해 복원성이 현저히 악화된 상태에서 운항하던 중, 조타수의 조타미숙으로 인한 대각도 변침으로 배가 좌현으로 기울며 제대로 고박되지 않은 화물이 좌측으로 쏠려 복원성을 잃고 침몰했다"고 하는 것은 이전 침몰사고에서도 거의 똑같이 원인으로 지적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이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왜 똑같은 원인의 사고가 여전히 반복되는가를 파고들어야 한다. 같은 원인이 계속 반복되는 것은 구조적인 원인은 바뀌지 않은 채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조사는 선장 및 선원, 청해진 해운 관련자 처벌을 초점에 두고, 국정감사는 행정기관의 문제점 및 관련자의 징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한계적이다. 정부의 정책기조 문제, 기업의 이윤추구 일변도의 문제 등 구조적 원인까지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무엇이 선사의 위험한 운항을 용인해 주었나 유병언 일가가 구원파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기업경영을 해 왔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불법행위가 충분히 용인될 만하다고 생각했기에 위험한 운항을 계속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이 이들에게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해도 된다는 신호가 되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우선 안전에 대한 규제완화 문제다. 2009년 이후로 전반적인 규제완화 기조 하에서 선박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됐다. 가장 잘 알려진 선령제한완화(25→ 30년)뿐만 아니라 카페리 과적 및 적재기준 완화, 여객선 엔진개방검사 완화, 점검 대상 선박 선령기준 완화 등이 2009~2011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 중 선령제한 완화는 해운조합이 오랫동안 강력히 주장해 온 것이다.
다음으로 선박소유주 양벌규정 완화를 들 수 있다. 상법에 선박소유주책임제한이 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업주가 유일하게 처벌 받을 수 있는 양벌규정이 2009년 12월에 완화됐다. 이전에는 선장이 과적·과승을 하면 선박소유자에게도 벌금형을 부과했는데 선주나 선사의 압력이 없으면 선장이 무리하게 과적·과승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9년 선박안전법을 개정하면서 과적·과승에 대한 주의와 감독만 '일정하게'했으면 이를 어긴 당사자에게만 책임을 묻고 선사의 최고경영자나 실소유주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양벌규정이 "사업주의 경영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 결과 정부가 의도한 것처럼 청해진 해운 등 해운사업의 경영의욕은 고취되었을 것이다. 안전규제 전반이 자신들이 요구한 대로 완화되고, 양벌규정까지 완화되어 선장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자신들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확실한 신호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고 원인으로 반드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청해진 해운이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행위를 강화한 동기가 된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를 더욱 강하게 이어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 자체가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필요한 안전규제를 다시 강화할 수 있다.
정부의 안전관리감독의 실패는 운항관리자들 탓인가선장이 불러준 수치를 받아 적기만한 운항관리자들은 구속되었다. 그런데 과연 이 운항 관리자들만 이렇게 일했을까? 이렇게 일하는 관행이 생긴 이유는 무엇인가? 운항관리자들이 해운조합의 영향력 하에서 일하면서 선사에 손해가 되는 결정은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이미 드러났다.
해운법 22조 5항에 따르면 운항관리자는 여객선등의 안전운항을 위하여 출항의 정지를 요청할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이러한 권한을 행사하기 어려웠다. 또한 이번 국정감사에서 "여객 및 여객선 수는 급증하였으나, 필요한 운항관리자 수는 검토하지 않고 현원을 기준으로 선사의 운항관리비용 부담률을 인하"하였으며 "운항관리자는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이 지적되었다.
운항관리자 제도는 1970년 남영호 사고 이후 처음 도입되었고, 1993년 서해훼리호 사고 이후에는 정원이 늘어나고 국고보조금도 늘었다. 그러나 서해훼리호 사고가 잊히기 시작하자 정부는 운항관리자 유지를 위한 정부보조금을 줄이기 시작했다. 정부지원금이 줄어들자 해운조합은 운항관리자가 퇴직하면 더 이상 충원하지 않는 식으로 운항관리자 수를 줄였다. 늘어나는 여객 및 여객선 수를 고려하지 않고 정부는 선사들의 요청에 따라 운항관리비용 부담률은 지속적으로 인하되었다(운항관리자 월급은 정부보조금+운항관리비용으로 충당된다).
더구나 9월 2일 정부가 발표한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에는 "운항관리자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고, 업무 해태·불이행 시 강력 제재"하겠다는 내용만 있지 운항관리자 수를 늘리겠다거나 운항관리비용 부담률을 다시 인상하겠다거나 정부보조금을 늘리겠다는 방안은 전혀 없다.
말단 책임자처벌, 해경 해체하면 구조 잘하게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