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아침밥 먹고 어서 나와"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인 단원고 학생 황지현양의 어머니 심명섭씨는 매일 오전 7시 30분 딸의 아침밥을 챙기기 위해 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추석인 8일 오전, 심씨가 전날 가져다 둔 아침밥을 바다에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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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먹는 건지, 안 먹는 건지..." 딸 생각에 엄마는 한숨오전 8시 셔틀버스가 팽목항에 도착했다. 4월 16일 밤, 그렇게 새카맣던 바다는 이날은 유독 옥빛을 띠었다. 심씨는 팽목항 방파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부처님이 혹시 도와주실까 하고 방파제 따라 놓인 연등에 손을 대 본다. 풍경도 한 번 건드려 본다. 맑은 소리가 났다.
방파제 끝 무렵, 작은 밥상이 보였다. 밥상 위로 실종자들이 어서 돌아오길 기원하는 노란리본 여럿이 흩날리고 있었다. 심씨는 전날 두고 간 아침밥을 바다에 뿌렸다.
"황지현, 빨리 와!"밥상이 텅 비었다. '황지현 밥상, 꼭꼭 씹어 맛있게'라고 적힌 글귀가 보였다. 심씨는 오늘도 지현이가 '꼭꼭 씹어 맛있게 먹을' 새 밥상을 차렸다. 흰 쌀밥에 각종 전, 사과, 배, 송편이 놓였다. 초콜릿과 젤리도 밥상 한 켠에 자리했다. 지현이도 엄마의 밥상을 기다리고 있을까.
"먹는 건지, 안 먹는 건지…. (내가 밥상 차리는 모습을) 보고는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까. 추석이라 친척들도 왔으니 오늘 (지현이가) 나왔으면 좋겠는데…."심씨는 한참을 팽목항에 머물렀다. 밥상 근처를 서성이며 모여드는 벌레를 내쫓았다. 바다를 뚫어져라 바라보기도, 노란 리본에 적힌 글귀를 살펴보기도 했다. 방파제에 줄줄이 걸린 사진들을 하나하나 쓰다듬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오전 9시 30분 심씨는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가는 셔틀버스에 올랐다. 한참 동안 대화를 하지 않았다. 심씨는 그저 창밖을 바라봤다. 사고 이후 수도 없이 오갔을 '체육관-팽목항' 길을 심씨는 추석인 오늘도 바라보고 있었다. 심씨가 내뱉었다.
"추석까지 이럴 줄 알았겠어? (추석까지) 이렇게 있으니 기가 막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