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억울하고 허무한 희생이 반복되지 않길"여야가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증인 채택에 이견을 좁히지 못한 가운데 5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대책위원회 소속 정혜숙 씨가 호소문을 낭독하자, 이를 지켜보던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유성호
그러나, 지난 4월 16일. 이 꿈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잊히지 않는 지난 4월 16일, 대한민국 남쪽 바다에서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18살 아들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하늘나라로 간 우리 아들 박성호 임마누엘은 교황님처럼 사랑 많은 훌륭한 신부님이 되고 싶어 했던 착하고 꿈 많은 소년이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아이들이 서서히 물에 잠겨 죽어가는 모습을 우리 부모들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속수무책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채 가슴을 찢고 통곡해야 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아이들이 TV 생중계를 통해 사고와 구조 실패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모두가 목격자가 되어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슬픔에 잠기고 말았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후 우리 가족들은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왜 그렇게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그 진실을 알고 싶었습니다. 구하지 못한 것인지 구하지 않은 것인지, 장비가 없었기 때문인지 날씨가 좋지 않아서 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우리 아이들을 포함해 사라져간 304명의 소중한 생명들에 대한 우리의 약속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임하시며 가장 상처입은 사람들과 함께하시는 교황 성하.
안타깝게도 참사가 일어난 지 120일이 지난 오늘까지 우리 가족들은 왜 우리 아이가 죽어야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절박한 마음으로 우리 세월호 가족들과 국민들이 호소하는데도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힐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독립적이고 투명한 수사를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주어진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 달라는 우리의 요구에 정부와 국회는 전례가 없다며 안 된다고만 합니다. 저는 수사권이니 기소권이니 그런 말은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왜 우리 아들이 죽었는지를 알아야겠고 왜 꼭 책임자를 벌해야만 하는지를 알아야겠습니다. 절망에 빠진 이의 이야기일수록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잘 귀기울여 들어야 하는 게 지도자가 해야 하는 일 아닌가요.
교황님, 억울한 저희의 눈물을 닦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