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가 새누리당의 불참으로 파행을 빚자, 유가족 대책위 관계자들이 새누리당 국조 상황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국정조사 속개를 요구하고 있다.
남소연
그런데 예상이 빗나갔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파행 4시간 40분 만인 오후 7시 30분 국정조사장으로 돌아와 국정조사를 재개했다. 평소 보여온 국회의원들의 행동양식과는 달랐다. 세월호 가족들의 끈질긴 항의를 견뎌낼 수 없었던 탓이다. 한 차례 파행을 일으키긴 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번 국정조사에 임하는 태도는 평상시와는 달라진 게 분명하다.
국정조사 첫날, 정부의 구조 실패 과정을 밝혀 박근혜 정권의 무능을 질타하려는 의지로 가득 찬 야당 의원들과 달리 새누리당 의원들 대부분은 큰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윤재옥·신의진 의원이 정부 제출 자료를 분석해 날카로운 지적을 했지만 같은 당 다른 의원들의 '무의욕'에 묻히는 분위기였다.
이완영 의원은 국정조사 중 조는 모습이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카메라에 포착돼 망신을 당하기도 했고, 세월호 참사 원인을 캐기보다 추상적인 이야기로 일반론을 펴거나 사실관계 없이 정부 기관을 질타하는 데에 그친 의원들이 많았다.
그러나 국정조사 둘째날, 새누리당 의원들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완영 의원은 더 이상 졸지 않았다. 이재영 의원은 전날과 달리 구체적인 사례를 지적하며 해양수산부와 한국선급, 한국해운조합의 무능과 부패를 질타했다. 그렇지 않은 의원들도 있었지만, 몇몇 의원들의 태도는 확연히 바뀌었다.
이같은 변화는 순전히 세월호 가족들 때문이었다. 세월호 가족 대책위는 국정조사 첫날 국정조사 전 과정을 지켜봤다. 분통을 터트리며 국정조사를 감시한 세월호 가족들은 새벽잠을 자지 않고 차분히 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불성실 태도로 임한 의원들을 지적했고, 미흡한 국정조사 활동을 비판했고, 파행에 항의했다.
'세월호 가족처럼' 한다면 한국정치도 바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