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22일 전격 경질됐다. 사진은 지난 4월 15일 서울 내곡동 청사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에 대해 대국민사과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김장수 실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런 만큼 그의 경질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하지만 남재준 원장의 경우 세월호 침몰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뜻밖이다.
그동안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남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아왔다. 남 원장을 해임하라는 야권의 줄기찬 요구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박 대통령이 선거운동 첫날 전격적으로 사표를 수리했다는 점에서 '선거용 충격요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남 원장은 취임 이후 지난 대선과정에서 벌어진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건을 유야무야 넘기려는 태도를 보여 비판을 받았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갑작스레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독단적인 결정에 따른 대화록 공개로 NLL 포기 발언 논란이 격화됐고, 남 원장은 사퇴 압력에 직면했다.
특히 국정원의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사퇴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남 원장을 버리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정원은 뼈를 깎는 환골탈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또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남 원장에게 또 한 번 기회를 줬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정부 여당에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결국 남 원장은 박근혜 정부 첫 국정원장으로 임명된 지 1년 3개월여 만에 옷을 벗게 됐다. 남 원장은 이날 사표를 제출했고, 박 대통령이 곧바로 이를 수리했다. 결과적으로 간첩조작 사건 책임을 간신히 모면했지만 세월호 참사로 사나워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문책성으로 경질한 것이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남 원장을 퇴진시키지 않으면 국정쇄신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 아닌가 싶다"라며 "안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데 사퇴하게 돼 아쉽다"라고 말했다.
야당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없는 쇄신은 무의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