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에서 꺼내 든 촛불 '폰카' 20일 저녁 경기 안산시 초지동 화랑유원지 원형 광장에서 안산지역 시민과 학생들이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촛불을 들었다. 유모차를 탄 한 어린아이가 엄마 휴대폰으로 이 광경을 담고 있다.
남소연
기적을 바라는 마음은 종교의 벽도 허물었다. 원불교 안산교당 교무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제발 다 살아오기를" 기원했고, 부곡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도선스님은 "지금 안산이 슬픈 공기로 가득차 있다"면서 "안산을 위해 기도하는 대한민국의 힘을 우리 이웃의 아픔을 일으킬 수 있는 힘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이날도 다양한 시민들이 발언대에 섰다. 안산고 과학교사인 김명화씨는 "세월호가 침몰한 지 100시간이 넘었지만 단 1%의 희망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생명 구조에 힘써야 한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안산지역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대부분 단원고에 친구가 있다"면서 "주변에 고2가 있다면 반드시 꼭 안아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차가운 물속에 남겨두고 왔다는 죄인 같은 마음"이라며 교사들도 이 상황을 이겨내야 한다고 부탁했다.
고잔1동에 사는 윤희웅씨는 "단원고 2학년이 이 지역 고교 평준화(안산 고교 평준화 2013년부터 적용) 첫 대상자들이라 학교 주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고잔1동에서만 실종 학생이 100여 명에 달해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사고를 당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고잔동에서 초중고교를 나오고 안산에서 대학을 다녔다는 문아무개(28)씨는 "오늘 오전 신속한 구조를 바라는 실종자 가족들이 그 뜻을 전달하러 청와대로 행진하려 하자 경찰이 막았다"면서 정부의 잘못된 대응을 시민들이 힘을 모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언론과 인터넷, SNS를 통한 정치적 이용을 경계하기도 했다.
문씨는 "SNS에 실종가족 중에 종북 좌파가 있으면 기도할 필요도 없다는 글을 올린 사람도 있었다"면서 "앞으로 수많을 얘기가 나올 텐데 주변 학생, 교사, 가족들을 우리부터 따뜻하게 대하고, 어떤과도 싸워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안산시민모임도 앞으로 대책위원회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날 시민모임 참여 단체 가운데 하나인 마이금 안산의제21 공동대표는 "지금 정부는 능력도 대책도 의지도 없다"면서 "피해자 편에서 정부를 상대로 정확한 책임 규명과 대책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가족들과 어떤 방식으로 결합할 지는 계속 협의해갈 예정이다. 21일 촛불기도회를 안산 홈플러스 앞에 있는 안산문화광장에서 이어갈 예정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공유하기
"그냥 기적... 제발 기적" 슬픈 공기로 가득찬 안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