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와 안철수 공동대표가 지난 2월 20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남소연
"다 죽게 생겼다. 당 지도부가 지방선거를 다 말아먹으려는 것 같다."6·4 지방선거 기초의원 출마를 준비 중인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치연합) 이성덕 경기도 시흥시의원은 현재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그는 이번에 지역구를 정해 재선에 도전하려고 한다. 그는 전망이 아주 비관적이라고 했다. 그는 "위에서 말하는 새정치가 뭔지 감이 안 온다"라면서 "실체도 없는 이미지 정치에 갇혀 있는 것 같다"라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정치연합의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에 당 소속 기초의원 출마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기초의원에 도전하는 새정치연합 후보들은 당의 '나홀로 무공천'이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에 큰 이익만을 안겨주게 됐다면서 당 지도부가 무책임한 결정을 내려놓고 대책도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친노와 비노, 안철수 진영 등 당내 계파를 떠나 기초의원 출마자들의 아우성은 비슷했다.
정승현 경기도 안산시의원은 "무공천은 생각 없는 한심한 전략"이라면서 "새정치를 이상하게 오해하는 것 같다"라고 당 지도부를 맹공했다. 그는 "무공천을 통해 당이 살아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감수할 수 있다"라면서도 "그런데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게 뭘 의미하겠느냐"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선거에서 지게 되면 그 자체가 국민 평가가 될 텐데, 다 전멸하고 나서 약속 지켰다고 자랑할 생각인가"라며 "아무런 대책이 없는 당 지도부 때문에 답답하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명분 집착한 당 지도부... 여당에 기초선거 바치는 셈"이성덕·정승현 의원이 속한 시흥·안산 지역은 지방선거 때마다 한두 석 차이로 여야가 기초의회 다수당을 번갈아 차지할 만큼 접전이 벌어지는 지역이다. 단체장 선거 역시 근소한 차이로 신승을 거둘 정도로 여야 간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새정치연합 인사들은 '다수당은 물 건너갔고 누가 살아남을지 모르겠다'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일부 출마자는 "당 지도부가 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자충수를 둬서 기초선거를 여당에 갖다 바치게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새정치연합 나정숙 안산시의원은 "국민과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지역상황을 보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무공천은 선거에 대한 책임성을 생각하지 못한 결정이었다"라며 "변화와 개혁을 원하는 열망을 제도적인 것에 집착하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나 시의원은 "무공천 결정에 대해 시민들의 격려가 나오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들도 있지만, 문제는 표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지역 유권자들이 예전처럼 기호를 선택하면 되는 줄 아는 상황에서 하나하나 설명하기가 힘들다, 한마디로 공황 상태"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는 수도권에서만 드러나는 현상이 아니다. 호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실정이다. 새정치연합 소속으로 경남 진주시의원 출마를 준비 중인 이종상씨는 "당장에라도 상경해 당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새누리당 지지가 강한 지역이지만 2인 선거구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 무공천이다 보니 다른 여당 성향 무소속 후보들과 변별력이 사라져 더 힘든 선거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가 원칙 고수만 주장할 뿐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이들 예비후보들의 마음을 애타게 하고 있다.
문정복 시흥시의원은 "제도적으로 법 개정을 못하면서 제구실을 못하게 돼 (기초의원 출마자들이) 일방적 피해를 보게 생겼지만, 그렇다고 약속을 뒤집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청와대나 새누리당을 압박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방법으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대로 가야 한다'며 무공천 철회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정승현 안산시의원은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천을 허용하고 있는 법을 준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공천을 하려면 법을 개정했어야지, 그렇지 못했으면 기존 법을 따라야 한다"라며 무공천 철회를 주장했다.
야권 성향 후보 단일화도 "불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