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카드
rgbstock
그 친구는 자판기 창고에서 같이 일하는 직원들의 점을 먼저 봐줬다. 나도 알바생이었기 때문에 직원들이 다 볼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카드 점을 믿지는 않았지만, 재밌을 것 같아서 꼭 보고 싶었다. 특히 자신의 점괘를 듣곤 놀라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직원들을 보니 더욱 기대가 되었다. 난 주말에만 일하는 데다, 항상 바빠서 점을 볼 기회를 잡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내 차례가 왔다. 그 친구는 내가 고른 수십 장의 요상한 그림카드를 이리저리 능숙하게 배열했다. 그러더니 깜짝 놀라며 나의 점괘를 말해주었다. 내 점괘를 종합한 결과, '믿기지 않는 행운'이란 뜻이 나왔단다. 그 친구는 흥분한 얼굴로 지금까지 이런 최고의 점괘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나도 덩달아 흥분했고 기분도 무척 좋아졌다. 그후 나는 그 점괘를 믿고 싶었고 정말 믿게 되었다.
이후 알바를 그만둔 지 2년 정도 됐을 어느 겨울날, 길을 걷던 중 우연히 '인생역전'이란 문구가 적힌 로또 광고물을 보게 됐다. 당시 난 강남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당시 난 직장에 다닌 지 얼마 안 돼 이런 저런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었다. 그 때문에 어깨도 많이 처져 있었다. 마음도 몸도 고달팠던 그 겨울, 그날 난 불현듯 예전 그 친구가 봐줬던 타로카드점이 생각났다. 순간 확신했다. 믿기지 않는 나의 점괘 '믿기지 않는 행운'이 바로 로또일 거라고.
그날부터 난 미친 듯이 로또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조수석 수납함을 열면 로또용지가 우수수 떨어져 내릴 정도로 말이다. 직감으로 로또 숫자를 조합해 보기도 하고 바둑알에 번호를 새겨서 번호를 조합해 보기도 했다. 옷 살 돈, 밥 사먹을 돈 등을 아껴가며 로또 용지 속 숫자들을 칠했다.
한동안 계속된 나의 복권 구입은 나의 생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었다. 금전적인 것을 떠나서 정신적으로 피폐해졌음을 나 자신이 느낄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꾸준히, 오랫동안 로또를 샀지만, '믿기지 않은 행운'은 오지 않았다. 제일 높게 나온 게 5등 이었으니…. 아무리 좋은 꿈을 꾸어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나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가 찾아낸 믿기지 않는 행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