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옥 시민기자
전경옥
- 전경옥 시민기자를 처음 본 분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동물을 위한 행동'이라는 동물단체를 설립했고 현재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는 2005년 환경운동연합 동물복지모임 '하호'에서 활동하며 야생조류탐사 이야기를 기사로 쓰기 시작했고 그것으로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 아이디(pigamojara)가 참 눈에 띈다,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가."오래전에 제가 좋아하던 만화주인공 별명이 '피가모자라'였습니다. 좀 독특한 캐릭터였는데 자신을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는 친구였죠. 동물을 위한 활동이라는 것이 워낙 소수에 의해 이루어지고 사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스스로 외계인처럼 느껴지고 있던 차에 시민기자로 가입하게 되었고 문득 그 캐릭터가 떠올랐습니다."
- 자기소개를 보면 '8년 차 동물보호운동가'라고 돼 있다. 처음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12년 전 우연히 학대받던 강아지를 입양하면서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함께 살다 보니 동물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기쁨도 슬픔도 우울함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내 인생에서 참 큰 충격이었습니다. 한번은 너무 슬픈 일이 있어서 방에 혼자 누워 울고 있는데 그 강아지가 다가와 내 뺨에 흐르는 눈물을 핥아주는 거예요. 눈을 보니 나의 슬픔을 공감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더군요. 마치 '울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이후 말만 못할 뿐 인간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데 자신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불리한 조건 때문에 일방적으로 인간에게 이용되고 학대받는 동물의 상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업적으로 이 일에 뛰어든 것이 벌써 8년째가 되었네요."
- 동물보호 활동이라는 게 공익적인 부분이 많을 듯한데, 생계 문제가 생기지는 않나?"당연히 생계문제가 가장 크죠. 메이저 단체에서 월급 받고 일했을 때는 적더라도 매달 월급이 나왔는데, 지금 제가 단체를 설립하고 보니 모금도 혼자 알아서 해야 하고, 경제적 상황이 아주 궁핍하죠. 그런데 항상 통장 잔고가 비어가면 또 어떻게든 채워지고 또 누군가 도와주고 그렇게 저렇게 유지하고 있죠.
결국 사명감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공익적인 활동이라고 해서 반드시 항상 가난해야 한다, 이렇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앞으로는 활동가에게도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경제적 궁핍을 각오하지만 늘 그렇다면 오래 이 일을 감당하기는 어렵겠죠."
- 활동을 하다 보면 보기 힘든 현장을 마주하기도 할 텐데, 어떻게 이겨내나?"솔직히 못 이겨내죠. 사람들 앞에서는 무덤덤한 척은 하지만 돌아서서 집에서 혼자 많이 웁니다. 처음 도축장에 다녀와선 쓰러질 정도로 술도 먹었더랬습니다. 살처분 현장에서 돼지들이 생매장 당하는 것을 보고 와서는 두 달간 거의 술만 먹었습니다. 깨어있는 것 자체가 저주스러웠죠. 돼지들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데(돼지들의 비명소리가 그렇게 큰지는 처음 알았어요.) 도와주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자괴감. 그게 컸어요. 한동안 잠도 잘 못 자고 길거리 지나가다 혼자 울기도 하고요. 결국 독하게 마음먹고 스스로 다스리며 이겨내는 방법밖에는 없었어요.
이런 일을 하면서 심리적 고통 때문에 종교를 가지거나 명상을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요. 예전에 성당에 다녔었고 세례명(데레사)도 있지만, 성당에 간 지도 오래되었고, 성향이 원래 종교적인 것과는 멀어서 지금 새삼스럽게 다시 성당에 가기는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이 일을 하면서 가끔 묵주기도를 혼자 하기도 합니다. 한번은 개 도살장을 가는데 나도 모르게 혼자 주기도문을 외우고 있더라고요. 결국 가족과 친구들의 성원과 격려가 가장 힘이 됩니다. 가족들이 없었다면 이 일은 못했을 거 같아요. 혼자서는 심리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요. 누군가 옆에서 도와줘야죠. 음 가족들 이야기하면 지금도 뭉클하죠. 미안한 마음은 이루 표현할 수도 없고요. 남들 같으면 부모를 봉양해야 할 나이에 봉양은커녕 도움받는 일이 더 많으니…."
- 혹시 일이 힘들어 그만둘까 생각한 적은 없는지."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도 많죠.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연락도 다 끊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 이런 생각. 하지만 결국 돌아오게 돼요. 이 일이 인생을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한 첫 직업이고 천직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포기는 못 할 듯해요. 동물을 위한 일을 평생 하고 싶어하는 후배들이 있는데, 해주고 싶은 말은 이 일이 천직인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이죠. 동물이 불쌍하다는 마음만 가지고 뛰어들었던 사람들은 몇 년 견디지 못하고 다 떠났어요.
말하자면 동물보호운동가가 된다는 것은 일종의 타고나는 것인데, 돈, 명예, 사회적 지위보다 사회 정의를 위한 활동에 지속적으로 깊은 매력을 느껴야 하며, 어떤 어려움(경제적 어려움, 사회의 차가운 시선)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신념, 끈질기게 한 가지 주제에 매달리는 근성, 진리를 향한 열정과 지성, 상대방을 합리적으로 설득하겠다는 이성적 태도, 그리고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있어야 하죠. 동물을 위한 일이지만, 평생 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런 성향이 있어야 됩니다.
동물을 위한 활동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인간을 설득하고 변화시켜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인간사회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하는 자세 또한 필요합니다. 동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전략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는데 늘 동물이 불쌍하니 도와줘야 한다는 태도만으로는 부족해요. 앞으로도 똑똑하고 판단력이 명쾌한 지성을 갖춘 젊은이들이 이 일에 뛰어들어주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동물원, 멸종위기 동물보호보다 동물전시에 치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