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2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유성호
"김종인씨 같은 책사가 왜 새누리당으로 갔다고 생각해요? 책사가 자기의 정책을 입안하고 정치적으로 실현해 줄 수 있는 정당을 택하는 건 당연한 것이겠지요. 유약하고 조변석개하는 민주당보다는 강력한 힘을 가진 새누리당이 자기의 정책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정당이라고 판단하지 않았을까요?"
2012년 4.11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경제민주화를 주창한 김종인 박사를 영입함으로써 구태의 변신을 표방했다. 그 무렵, 술자리를 같이 했던 지인은 김종인의 새누리당 행을 두고 '책사의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또다른 지인의 '박근혜에게 줄대기일 뿐' '김종인의 원래 뿌리는 5공 세력'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그렇게 이야기하기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대선에서 나타난 50대의 선택(방송출구조사에 따르면 50대의 투표율은 89.9%이며, 투표한 이들 중 62.5%는 박근혜를 지지했다)에 대해 진단보다 비난이 넘쳐나고 있다. '아파트 한 채의 탐욕' '자식세대의 미래를 발목 잡은 50대'라는 표현이 대표적이었다. 개표 당일 결과를 지켜보면서 필자도 당혹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실망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탐욕이라는 단어보다도 가슴을 더 아프게 짓누른 것은 그들의 선택이 절망에 내몰린 비극적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절망에 내몰린 비극적 선택1987년 6월의 거리. 그 당시 길거리에 누워서 최루탄을 덮어쓰고 백골단 곤봉에 맞은 필자와 같은 세대들에게 손을 내밀고 어깨를 같이 걸었던 이들은 넥타이부대로 불렸던 지금의 50대들이었다. 6월 항쟁에 이은 노동자 대투쟁을 이끈 동력도 이들이었다. 25년 지난 2012년 대선, 이들의 선택이 단지 탐욕에서만 비롯된 것이었을까? 아파트 한 채를 지키기 위해 자식세대의 미래를 발목 잡는 선택이었을까?
대학등록금 천만원 시대. 대학생들에게 시급 4000원 남짓한 저임금노동의 눈물이 있다면 보이지 않는 뒷면에는 그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모들의 절박한 피눈물이 숨겨져 있다. 실업으로 인해 고통 받는 아들딸의 아픔을 묵묵히 지켜보며 자식들 빈주머니에 용돈이라도 채워줘야 할 부모들. 그들에게 놓인 삶의 무게는 자기 한몸만 편한 것이 아니라 가족의 생존 그 자체였다. 어린 아이를 둔 30~40대나, 아들딸을 출가시킨 60~70대와 비견할 수 없는 50대의 삶. 이명박 정부 5년 누구보다 힘든 삶을 살아온 게 바로 50대 세대라 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문 닫는 자영업자 중 절반이 50대다. 전체 가계 대출자 중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46.4%(2011년 기준)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자영업자 50대들의 수입 또한 30~40대 자영업자보다도 월등히 적다. 회사에서 정리해고 1순위가 또한 50대들이다. 이들에게 아파트 한 채는 비난 받을지언정 놓을 수 없는 마지막 남은 전부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