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보수우파의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명 '일베')에서도 '오마이팩트' 기사는 관심을 끌었다.
일간베스트저장소
하이퍼링크, 원본자료 찾기… 기자는 힘들어도 독자는 편하다 구 : '독자들이 숫자에 관대하다'는 것뿐 아니라 '하이퍼링크'의 의미도 새삼 느꼈다. 오늘은 사실검증이 아닌 일반기사를 쓰면서도 참고글을 기사 안에 하이퍼링크로 연결했다. 그럼 독자가 편하다. 독자가 관련자료를 찾을 필요가 없어진다. 기자들이 평상시에도 기사 안에 참고자료를 하이퍼링크해주면, 기사 신뢰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홍 : 원본 자료를 찾기 힘들지만, 그 중요성을 느낀 게 안철수 후보의 국회의원 정수 논란 때다. 당시 안 후보는 '나는 100명을 줄이자고 한 적 없는데, 언론이 몰아간다'고 말했다. 원래 발언을 확인해보니 "예를 들면 100명을 줄인다고 해보죠"라고 돼 있더라. 하지만 모든 언론이 '100명 축소가 공약'이라고 보도했다. 우리 지면에서도 그런 기사들이 나오더라.
박 : 저는 4대강 자료 찾는데, 박근혜 후보가 '대운하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발언한 기억이 있어서 검색해봤다. 그렇게 말했다는 기사가 꽤 있던데, 실제로는 유승민 의원이 '대운하 사업은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말'이라고 했더라. 그걸 옮기는 과정에서 '대국민 사기극'으로, 박 후보가 말한 걸로 바뀌고. 원본 자료를 찾는 게 기자들한테도 중요하지만, 독자들에게도 중요하다.
사회 : 사실 검증 기사의 성과라고 느낀 점이나, 보도 후에 후보나 캠프 쪽 반응을 접한 것은 없었나. 사실검증팀을 '검증'해야 한다는 댓글도 달렸는데.구 : 우리가 20여 일 동안 활동했지만, 처음에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었다. 근데 우리나라 외에도 선거날이 공휴일인 국가들이 있다는 걸, 주한외국대사관들과 직접 통화하며 찾아냈다. 또 민주당이 투표시간 연장 캠페인 현수막에 잘못 쓴 내용을 보도했더니 새누리당이 이걸 바탕으로 기자회견하고, 다른 언론사들이 기사로 썼다. 더 재밌는 건, 당사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는 모습이었다. 안 후보의 경우 노인 빈곤율이나 캠프 내 자원봉사자 숫자 같은 것 고쳐서 말하더라. 김정길 전 장관도 '박근혜 후보가 해양수산부 폐지 법안을 대표발의했다'는 트위터 글을 '공동발의'로 다시 썼다.
홍 : 민주당 현수막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전화 한 통하면 되는 일이었다. 한국 언론의 정치기사는 대부분 논박정도인데, 그 가운데에도 확인하면 상당 내용의 사실 여부를 가릴 수 있다. 전화 한 번 걸면 되는 것조차 안 하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다.
사회 : 사실 검증은 기자의 기본이고, 기자가 하는 일이 그건 데도. 구 : 보통은 남의 말을 받아 적는 게 기자의 일이다. 특히 정치팀은 정치인 발언을 전달하는 데에 치중하다 보니 사실 여부를 확인할 겨를도, 의지도 부족하다. 우리도 따로 팀을 꾸리지 않았으면 정치인들의 말을 전달하는 데서 끝났을 거다.
사회 : 아쉬운 점은 없는지? 구 : 주장을 넘어서 양쪽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사안들, 예를 들어 하금렬 대통령 실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원장의 MBC 사장 인사 관여 의혹은 사실 검증이 필요한 문제다. 근데 우리는 아무래도 매일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 보니 큰 논란에 집중하지 못할 때도 있다.
홍 : 사안이 터질 때마다 바로바로 다룰 수 있으면 좋은데, 인력이 한정된 탓에 어렵다.
호감 있는 후보의 거짓말? "검증하면서 오히려 속 시원했다" 사회 : 각자 지지하는 후보는 없나? 있다면 기사 쓸 때 마음에 걸리지는 않는지. 구 : 저는 없다. (거짓말한 게) 걸리면 팬다(웃음).
홍 : 저도 없다.
김 : 선호하는 후보는 있지만, 제가 주로 박근혜 후보를 맡아서, 불편한 일은 없다. 선호하지 않아서 검증하는 건 아니다.
박 : 조금 더 호감 가는 후보는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검증 건수가 적은 안 후보의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은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편파적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
홍 : 박근혜 후보 검증거리를 찾을 때는 '다른 후보들이랑 똑같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을 때가 있었다. 가혹하게 (웃음), 검증할 것도 안 되는데 억지로 하지 말아야 겠다고.
구 : 저는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를 검증하면서 오히려 속 시원했다. 상대적으로 호감 간 후보들이 거짓말을 했다고 할 때 쾌감이 느껴지던데? 호감도 때문에 톤을 낮춰야 하나 싶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확하게 기사를 쓰는 게 후보들에게도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편파적이지 않다는 건 '일베'(젊은 보수우파 커뮤니티 '일일베스트저장소'의 약칭)가 증명해주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오마이뉴스>가 이런 기사를?' 하는 반응이 있었다.
김 : 그러게요, 홍현진 기자는 민주당 현수막 기사로 거기서 주목받고 있다.
구 : 심지어 '<오마이뉴스> 사실검증팀은 좌천당한 기자들이 모인 곳'이라는 말도 나왔다(웃음).
홍 : 그동안 <오마이뉴스>에도 투표시간을 연장하자는 기사가 많았지만, 민주당이 '우리만 오후 6시까지 투표한다'는 현수막 내용은 분명 틀린 정보였다. 그건 바로 잡아야 하는 일이어서 당파를 따지지 않고 검증했다. 이건 가치 판단을 한 게 아니다.
구 : 아무튼 우리가 편파적이거나 공정하지 않다는 의심들을 잠재워준 일베에 대단히 감사하다. 앞으로도 계속 사실검증 기사들을 주의 깊게 봐 달라.
"편파성 시비는 일베가 증명… 좌천당한 기자들이 사실검증팀이란 말도" 김 : 그래도 일베 회원들은 기사를 꼼꼼히 본다. 하지만 대부분의 댓글들, 특히 반응 좋았던 기사들 중에 의외로 제목만 보고 단 댓글들이 많았다. (기사)내용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부정적인데 제목만 보고 트위터에서 리트윗(RT)했더라.
홍 :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에 정말 인적쇄신을 요구했나' 기사에서 민주당이 낸 자료의 사진을 썼는데 그걸 안 후보 쪽에서 발표했다고 공격하는 댓글도 많더라. 기사를 저희가 짧게 쓰는데도 (웃음) 최소한 댓글 달고, RT하려면 기사라도 읽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지지 후보에게도 좋은 일이다. 근데 캠프에서도 허위사실 등에 명확하게 대응했으면 좋겠다. 안 후보 딸 호화유학 논란을 취재하면서 대변인실에서 '월 2천 달러 정도 내고 살았고, 증빙서류도 있지만 사생활 보호를 위해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물론 '후보 딸까지 괴롭히냐'는 생각도 들겠지만, 우리는 명확히 정리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고, 캠프에서도 보도자료까지 냈다. 그럼 명확한 증거를 내놓고 대응했어야 했다.
구 : 임대계약서 사본을 공개하면 제일 좋았다. 그게 호화인지 아닌지는 독자들이 판단할 문제다.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근거자료인 임대계약서가 없으니까 살았던 사람들 이야기나 부동산 시세 등 추정된 수치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 : 제가 알기론, 대선 체제에서 '사실 검증' 이름을 걸고 따로 팀을 만든 게 한국 언론으로는 최초다. 홍 : 미국 드라마 <뉴스룸>에서, 그 배경인 방송사가 사실 검증과 유권자들에게 정확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상당히 중요시한다. 이걸 보면서 '우리는 항상 상황에 치이는데 가능할까'란 생각에 나중엔 불편했다. 하지만 이번에 사실검증팀을 하면서 그나마 한 발자국 다가갔다는 생각에 책임감과 자부심이 생겼다. 물론 큰 사안을 다루면 좋지만, 사실을 밝혀내는 데 있어서 크고 작음을 구분할 수 없다.
구 : 또 1보의 함정, 오류가 있다. 빨리 전달하다 보면 진실을 다 못 담을 수 있는데, 그 때 폐해가 크다. 사실 검증이란 게 새로운 무언가를 한다기보다는 이미 있는 걸 다시 들여다보고 2보를 하는 것인데, 그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 있다. 또 작은 사실들 때문에 대선 후보 한 사람이 휘청거릴 수 있다. 가는 비에 옷이 젖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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