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영동 1985>의 한 장면. 고문기술자 이두한이 전기고문을 하고 있다.
아우라픽쳐스
고문기술자 이근안. 그는 여전히 반성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았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애국은 남에게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지금 당장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똑같이 일할 것"이라며 "심문(고문)도 하나의 예술이다"라고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뿐이 아니다. 목사가 되고 나서도 안보 강연에 나서 "급식노조가 만들어져 전교조와 합세하면 나라가 끝장난다"며 무상급식 반대를 주장하기도 했다. 네이버 인물정보에 보면 그는 여전히 전 목사, 전 경찰공무원. 1981년 내무부장관 표창과 1979년 청룡봉사상을 수상한 인물로 소개되고 있다. 정부 표창을 수상한 애국경찰관 이근안. 이것이 후대들이 기억해야 할 고문기술자의 이력이라면 우리 모두는 용서와 화해를 가장한 역사적 범죄의 은폐자에 지나지 않는다.
대통령 후보가 된 직후인 지난 8월 28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전태일 재단을 방문했다. 불행했던 과거와 화해하고 국민대통합을 주창하기 위해 준비한 자리였다. 그러나 살아 있는 수많은 전태일의 고통을 외면한 쇼에 불과하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또한 박 후보 측은 과거 정치적 정적이었던 김대중 정부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씨 등 일부 동교동계 인사들을 영입하면서 화해와 국민대통합의 외형 다듬기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나 새누리당에게서 정작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반성은 찾아 보기 어렵다. 장준하 선생 사인 규명이나 인혁당 사건 등 유신 시대의 인권 유린 사건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태도는 세월이 지났으니 덮고 가자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한편에서는 상대 후보나 그 참모들을 빨갱이로 낙인찍기 위한 저열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복지 공약에 대해서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사회를 주창하면서 사용한 슬로건'이라며 공세에 열을 올렸던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의 행태나 NLL 문제에 대해 연일 계속되는 새누리당의 묻지마식 공세는 상대방을 어떻게든 빨갱이로 낙인찍고 보자는 구태정치에 불과하다. 국민들에게 화해와 용서, 통합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빨갱이 낙인찍기와 색깔론은 펴는 것은 과거 군부독재시절 정권의 모습과 묘하게 닮아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대선 후보들께 이 영화를 추천한다 새누리당. 수차례 당명을 바뀌고 사람이 바뀌었을지언정 그 당이 유신때부터 내려오는 민주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보수정당의 적자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의 고위 당직자나 박근혜 대선 캠프 인사들 가운데는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서 복무했던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지나간 역사에서 숱하게 이루어진 인권유린과 학살들. 새누리당 역시 보수정당의 적자로서 그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화해와 용서. 가해자의 적통을 이어받은 새누리당이 할 말은 아니다. 화해와 용서는 온전히 피해자의 몫이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선 후보가 진정 국민대통합을 원한다면 먼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장준하 선생 죽음 등의 진상규명에 여당으로서 대선후보로서 힘을 보태야 한다. 또한 수많은 미제 사건에 대해서도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세월이 지났으니까 덮고 가자는 주장은 암세포를 걷어 내지 않으면 죽을 환자에게 너무 고통스러우니 수술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같다. 국민대통합을 위해서는 진상 규명과 진정성이 있는 반성이 먼저다.
영화 <남영동 1985>, 박근혜를 포함한 모든 대선 후보들이 한번 봤으면 좋겠다. (12일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이 영화를 관람했다.) 일반 관객은 눈돌리고 신음하더라도 대선 후보들은 무릎을 꼬집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끝까지 보길 권한다. 반복되지 말아야 할 아픈 역사,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후보들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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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간 죽을 만큼 패고, 이제와 화해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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