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등산로는 의외로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성낙선
완경사 길을 택했는데도 사람들이 등산로 초입에서부터 비지땀을 흘린다. 가파른 비탈길이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계속해서 이어진다. 중간에 두세 군데 내리막길은 더 길고 높은 오르막길을 예고할 뿐이다.
그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이만 하면 됐다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도 민둥산 억새밭은 좀처럼 그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억새밭은 사람들이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어서 이제는 더 이상 산을 오를 힘이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쯤 갑자기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그 순간 억새밭은 사람들로 하여금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여기까지 올라온 보람을 일시에 만끽하게 만든다. 아마도 여기에 민둥산 억새밭이 특별히 더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가 숨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억새밭이 두 눈에 들어오는 순간, 배낭을 짊어맨 몸이 억새만큼이나 가벼워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민둥산 산길이 가파르다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대부분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제 각각 그 산을 오르는 등산법을 터득하게 돼 있다. 그 산을 누구는 뛰다시피 오르고, 또 누구는 기다시피 오른다. 결국엔 모두 정상에 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