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만 원짜리 따뜻함, 느껴본 적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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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했지만, 하숙집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2년 동안 우리는 근근이 살았다. 하지만, 결국 하숙집을 박차고 나오게 된 것은 돈 때문이었다. 계약 기간 만료 후 주인아주머니는 "둘이 합쳐서 월세를 5만 원만 더 내면 재계약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구와 나는 45만 원의 월세를 내고 살기엔 버거운 상황이었다. 아침을 잘 먹지 않는 친구는 밥도 안 먹는데 월세에 밥값(아침·저녁)까지 내고 있었다. 나 또한 저녁을 거의 먹지 않았기에 돈이 아까웠던 건 마찬가지. 결국 우리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의 자취방으로 이사했다.
내 친구와 나는 자취를 하면 하숙보다 돈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취생활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하숙집과는 달리 공간이 완벽하게 독립돼 있는 원룸 구조라 다른 방에서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사생활의 보장이란 이런 것이랄까. 하지만, 우리 앞에는 새로운 적이 등장했다. 그것은 바로 공과금.
처음에는 '공과금이라고 해봐야 관리비 3만 원에 수도요금 1만 원, 전기요금 평균 1만 원, 가스비 1만 원 정도'라고 생각했다. 당시 이사했을 때가 봄이었으니 날씨도 풀리고 보일러 틀 일도 없어서 첫 달은 공과금이 비교적 적게 나왔다. 하지만 여름의 전기요금과 겨울의 가스비는 상상을 초월했다. 해가 갈수록 무더운 여름이 기승을 부리며 우리는 에어컨을 틀게 됐는데, 여름에는 5~6만 원의 전기요금이 나왔다. 겨울도 예외는 없었다. 매달 10만 원에 육박하는 가스비는 우리의 숨통을 죄였다.
지난 2011년 겨울, 내가 사는 부산에 유례 없는 한파가 불어닥쳤다. 날씨가 얼마나 추웠는지 도심 곳곳의 난방시설이 고장 나고, 물이 나오지 않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때 마침 자취방 보일러가 고장 나버렸다. 주인 아저씨에게 수리 요청을 서너 차례 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수리하지 않았다. 당시 나와 내 친구 또한 돈 한 푼도 없는 소위 '개털'이었던 상황. 보일러 회사에 전화를 걸어 수리를 먼저 하고 나중에 수비리를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추위를 견디지 못한 친구가 전열기와 난로를 들였다. 당시 우리는 전기요금에 대한 기본 이해가 없던 터라 난로를 트는 게 컴퓨터를 켜놓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전기요금, 많이 나와봐야 5~6만 원 정도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고, 우리는 밤마다 난로를 틀어놓았다. 하지만, 그 달 나온 공과금 고지서의 액수를 보고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기요금 41만 원.'우리는 '이건 꿈일 거야'라는 생각에 서로의 볼을 당기고, '난리 블루스'를 췄다.
빠져나오기 어려운 세입자의 세계... 내 집은 어디에?어느덧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생이 된 나. 20대 후반이 됐지만, 아직 세입자 인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넉넉하고 정기적인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나 같은 신분에 속한 이들에게 집 구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와 같다. 지금은 지인의 집에 방 한 칸을 얻어 살고 있지만, 이렇게 보금자리 없이 평생을 보낼 수는 없다.
집 문제, 그리고 집을 운영할 수 있는 생활비 충당의 문제까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 '주거의 문제'와 '생활의 문제'가 보장되지 않는 한 개인의 행복은 먼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안정적으로 살 권리'는 개인의 빈부 격차와 달리 당연히 보장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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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소리가 나는 방... 하숙집 아줌마 너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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