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에서 울산지역 6개 지역구를 싹쓸이한 새누리당이 첫 번째 입법안으로 비정규직 관련 4대 법안을 내놓자,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6월 4일 울산 남구 달동 새누리당 울산시당 앞에서 법안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박석철
노동자의 표심, 어디로 향하나 최근 울산에서는 상징적인 일이 몇 가지 벌어졌다. 우선, 현대차 비정규직 사태다. 대법원 판결 이행을 요구하는 비정규직노조의 파업에 노동계는 물론 시민들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지방의원을 지낸 김진영 시의원이 통합진보당의 자성을 촉구하며 탈당했다. 상당수 노동자들이 이에 동참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송규봉씨는 민주당의 자성을 촉구하며 당을 탈당, 안철수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울산지역 4.11총선에서 참패했다. 단 한 석의 의석도 챙기지 못했다. 민주당 역시 지역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는데 소홀했다는 지적이 많다.
노동계와 지역정계는 이번 대선에서 울산 노동자의 표심이 과거와는 많이 다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울산지역 정치분석가 유석호씨는 "진실이 무엇이든지 간에 통합진보당 사태로 울산의 많은 노동자 마음이 (진보정당에서) 떠났다"며 "이정희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나섰지만, 상당수 노동자들은 민주당 혹은 안철수에게 표를 줄 것이다. 노동자들 사이에 사표를 방지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 비정규직 사태에 새누리당이 침묵했듯이, 노동자들의 시선 역시 새누리당에는 싸늘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울산에서 노동자의 표심이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민주당은 승리하고 싶다면, 노동자의 표심을 한 곳으로 모으는 시민연합캠프를 구성하는 등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승리하려면, 노무현에게 배워야"금속노조 울산지역 간부를 지낸 A씨는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 지지를 철회했고, 일부 조합원들이 통합진보당을 떠난 것을 볼 때 이번 대선에서는 노동자의 표심이 사표방지 차원에서 민주당이나 안철수에게 갈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현재 울산에는 50여만 명의 임금 노동자가 있다. 이중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여기에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SK 등 대기업 노동자에 비해 적은 연봉을 받는 중소기업 정규직들도 비정규직 못지 않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노동계는 이들이 대선에서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선거날에도 근무하고 잔업을 해야 하는 이들 노동자들의 투표권이 제대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민주당을 탈당, 안철수 지지를 선언한 송규봉씨는 야권의 외연 확대를 강조했다. 이대로 대선을 치르면 울산에서 민주당이 참패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민주당은 그동안 왜 울산시민과 노동자들에게 인기가 없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시민들은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원하고 있다"며 "지금 안철수 현상은 그런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현대차를 비롯해 울산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중소업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대선 공약이나 향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89년 노동자 대투쟁 때 울산에서 노동자들의 호소를 귀담아 들었던 것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989년 울산 현대중공업 '골리앗 투쟁' 현장을 찾았다. 그는 노동자들의 호소를 듣고 지지 연설을 하기도 했다. 당시 변호사 문재인과 송철호는 노무현을 도왔다.
이들 두 사람은 20여년이 흐른 지금,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민주당 울산지역 대선캠프 총괄이 되어 다시 한 번 울산 노동자들을 대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