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전북민언련은 '전북언론 기자의 돈 봉투 사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냈다.
전북민언련
대선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전북지역에선 '기자들의 4·11 총선 돈봉투 사건'이 불거져 가뜩이나 좋지 않은 지역언론 이미지가 여지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17일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이'전북언론 기자의 돈 봉투 사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낼 정도다. "지역언론 기자들이 4·11 총선을 앞두고 익산을에서 출마한 모후보 측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는 성명은 "이번 사건을 보는 우리의 심정은 참담하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런 사실은 돈을 받은 방송·신문 기자 7명이 9월 12일 선관위에 출석,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의 측근이던 익산시 민주평통 간부 이아무개씨로부터 작년 12월 중순 20만원씩이 든 돈 봉투를 받았다고 진술하면서 밝혀졌다. 이에 앞서 검찰이 익산시청 출입기자 7명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이씨를 12일 오후 소환하자 그가 검찰에 출두하기도 전에 그로부터 돈을 받은 기자들이 익산시 선관위에 스스로 나가 조사를 받는 등 어설픈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검찰이 이씨를 소환한 것은 그가 지난해 12월 15일 익산 부송동 소재 한 일식당에서 기자들에게 돈을 줬다는 첩보를 인지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화들짝 놀란 기자들이 지역 선관위에 줄줄이 자진 출두한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사건이 수면 위로 불거지자 그제야 돈봉투 받은 사실을 인정한 데 대한 지역민들의 따가운 눈총이 해당 기자는 물론 지역 언론사들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 2월 대구지역에서 한 방송사 기자가 4·11 총선 예비후보 측근으로부터 후보 프로필과 출마의 변 등이 담긴 문건과 현금 1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선관위에 신고해 1억2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은 사례와 대조적이다.
선관위는 불법 정치자금 및 공천대가 수수, 대규모 불법 선거운동 조직 설치 및 운영, 공무원의 조직적 불법 선거운동 개입, 금품 및 향응 제공 등 중대 선거범죄 신고자에게 최고 5억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2004년 3월 처음 도입된 포상금 규정은 당시 5000만원 범위 안에서 지급하도록 했으나, 정부는 2006년 3월 관련 규칙 개정을 통해 포상금 지급액을 늘렸다.
해마다 끊이지 않는 기자 돈 봉투 사건, 솜방망이 처벌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제도·환경을 감시·비판해야 할 기자들이 선거운동 관계자로부터 돈을 받고도 뒤늦게 사건화 되자 이를 인정하며 선관위에 조사를 받기로 하고 나선 데 대해 주변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전북민언련은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하며, 그 이유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이목을 끌었다.
"해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지역언론 기자의 돈 봉투 사건은 검찰의 솜방망이 처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돈을 받아도 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계속되는 한 이번과 같은 돈 봉투 사건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역언론의 돈봉투 사건이 이례적인 사건이 아님을 일러준 대목이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 20일과 28일에도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번과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낸 적이 있다. '전주시청의 부적절한 돈봉투 제공에 대하여','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시민사회단체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언론의 유착관계에서 발생하는 고질병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어 온 돈봉투 사건이 또 발생했다"며 "전주시가 추석을 앞두고 전주시청 출입기자들에게 50만원이 든 봉투를 돌렸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엄중하게 처벌해 이번 사건을 일벌백계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선 2010년 3월에도 전북도청에서 돈봉투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전북민언련은 '또 돈봉투인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당부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검찰이 지역주재 전국지 기자들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혐의로 전라북도 공보관 및 해당기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며 "선거를 코앞에 둔 민감한 시기에 벌어진 이번 사건을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엄정한 수사와 언론의 자성을 동시에 주문했다. 그러고 보니 매년 연례적으로 돈봉투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무슨 큰 이유라도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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