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나무와 배고령군 우곡면 우곡교에서 본 낙동강 모습. 불어난 강물로 일대는 완전히 잠겼고, 겨우 목숨을 구한 나무와 배가 외로이 떠있다.
정수근
태풍 산바가 물러갔다. 연일 계속된 언론의 부산스런 보도와 달리 그리 위력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반도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왜일까?
산바가 물러간 후 돌아본 낙동강과 그 주변은 온통 물폭탄의 생채기로 가득했다. "4대강 사업으로 홍수 걱정 사라집니다. 상상이 아닙니다"라던 이명박 정부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낙동강 본류는 물론, 지천에서도 피해가 컸다.
낙동강 본류에서는 '생태공원' 모두 잠겨우선 낙동강 본류 쪽 경북 현풍 구지방면에서 제방 붕괴가 우려될 만큼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고령군에서 긴급히 모래를 공수해 제방을 보강하지 않았다면 재앙이 발생할 뻔했다. 18일 오후 2시, 문제의 제방 아래에서 '파이핑 현상(하천 수위가 상승해 지반에 침투수가 용출되는 현상)'에 의해 강물이 새어나오는 게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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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제방 누수 태풍 산바가 상륙한 지난 17일 당일 달성군 구지쪽 낙동강 본류 제방이 붕괴위험에 처했다. 기자가 현장을 둘러본 18일에도 제방의 갈라진 틈으로 누수가 계속되고 있었다. ⓒ 정수근
만약 태풍 산바가 예상대로 좀 더 강한 태풍이었다면, 낙동강 제방이 터져 고령군 구지면 일대는 대재앙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또한 정부가 수천억 원을 들여 조성한 둔치의 이른바 생태공원(실상은 망초공원이지만)도 강물에 완전히 잠겼다. 허술하게 식재된 상당수의 나무들은 예상대로 유실되거나 쓰러졌다. 현장에 남은 나무도 거의 대부분 고사할 것으로 보여 전형적인 전시행정에 따른 예산낭비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강물이 빠지고 난 후엔 낙동강 초대형보로 인한 세굴현상과 부등침하, 지천의 역행침식 현상도 작년보다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