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선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한 문재인, 김두관, 박준영, 정세균, 손학규 후보. 사진은 지난 7월 2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경선 합동연설회'.
권우성
한심하다 못해 지리멸렬하게 느껴진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찌질하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 듯싶다. 요 며칠 전에 끝난 민주통합당(민주당) 예비경선 이야기다. 민주당은 지난 7월 30일 대선후보 예비경선에서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박준영 후보가 컷오프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문제는 흥행이다. 경선 목적에는 대선 후보 선출 외에도, 국민에게 각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전하고 역전 드라마 등 볼거리를 제공하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선에 대해 국민의 관심은 매우 낮았다. 심지어 박근혜 의원의 독주로 보나마나 한 새누리당의 경선과 비슷한 수준이라니.
이에 대해 혹자들은 안철수 원장, 혹은 올림픽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야권 후보 중 안철수 교수가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이상 민주당 경선은 '2부 리그'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여러 언론의 시선이 올림픽에 가 있기에 상황이 더 안 좋다는 이야기다.
민주당 경선, 찌질해서 못 봐주겠다그러나 이는 비겁한 분석에 불과하다. 민주당 경선 내용 자체가 국민의 요구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별화를 위해 기껏 '참여정부 실패' '대북특검' '노무현 대통령 서거의 책임' '참여정부에서의 역할' '총선 패배의 책임' 등을 크게 외치는 대선후보들. 그러니 국민들이 <안철수의 생각> 찾아 읽고 올림픽을 볼 수밖에.
예컨대 가장 주요한 이슈가 된 '참여정부의 실패'를 보자. 과연 대선후보 중 참여정부에서 자유로운 이가 얼마나 될까. 후보들은 친노-비노 프레임으로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지만 국민이 볼 때, 모두 오십보백보일 뿐이다. 누가 승리하든 기호 2번을 달고 대선에 나가는 이상, 참여정부 자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민은 이미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참여정부를 심판한 지 오래다. 그래서 MB를 대통령으로 뽑았고, 한나라당을 압도적인 과반수로 만들었다. 게다가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배신감은 그의 서거 이후 수그러들지 않았나. 이런 상황에서 무슨 참여정부 심판인가?
오히려 MB 정부에 대한 심판마저 4.11 총선을 통해 수행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철지난 참여정부 심판론을 들먹이니, 많은 국민이 그들의 논쟁을 한심하게 바라볼 수밖에.
또한 민주당 경선이 지리멸렬한 까닭은 경선 자체의 구태의연함에 있다. 경선이 흥행하기 위해서는 대선 후보들끼리 국민이 관심 가질 만한 내용을 두고 치열하게 대립하고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은 싸움이 필요한 주제에는 서로 두루뭉술 넘어가고, 쓸데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에너지를 소비했다.
국민은 경선을 통해 대선 주자들이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기를 원한다. 과거와 현재 정권의 심판론이나 네거티브 공세가 아니라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그에 걸맞는 의식과 실천과제들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사실 대중정당에게 경선은 민의를 파악하고 관심을 집중시키는 하나의 과정이자 흐름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살펴봐야 할 사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뽑힌 2002년 민주당의 국민경선이다. 지리멸렬했던 민주당 분위기를 일신하고, 당내 이인제 대세론은 물론이요, 당연히 대통령이 될 줄 알았던 이회창 대세론마저 꺾었던 바로 그 전설적인 경선.
국민들에게 필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