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장학금 80만원이 사라졌습니다

[국가장학금 분노기⑥] 매 학기 불안 속에서 '전전긍긍'...반값등록금 왜 안되나

등록 2012.07.25 10:23수정 2012.07.25 10:23
0
원고료로 응원
새누리당과 정부는 반값등록금 요구를 거부한 채 지난해 등록금 부담완화를 위한 방안으로 국가장학금제도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 적용되는 국가장학금제도에 대해 대학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반값등록금국민본부와 참여연대를 통해 들어온 '국가장학금 분노기와 실망기'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지난해 9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국민대회'(자료사진).
지난해 9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국민대회'(자료사진).유성호

작년 여름, 비싼 자취방 월세와 고액의 등록금으로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에 마음이 무겁던 저에게 반값등록금은 희망이었습니다. 난생 처음 들어본 촛불과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던 그 함성소리들. 저는 청계광장에 모인 그 수많은 촛불들을 보며 반값등록금은 시간문제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작년 12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시험 기간임에도 공인인증서를 만들기 위해 은행에 가고, 각종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동사무소에 가고, 건강보험공단에 전화를 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리고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지 없을 지 불안하게 기다리던 겨울방학.

국가장학금 확정 소식을 듣고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드렸다는 사실에 기뻤습니다. 그러나 걱정과 불안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학기는? 혹시라도 갑자기 조건이 바뀌어서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등 다음 학기를 생각할 때마다 얼마나 불안하고 전전긍긍했는지 모릅니다.

"국가장학금 때문에 봉사장학금 못 받아요"

그리고 한 학기 내내 저를 불안하게 만들던 생각들은 결국 현실이 되었습니다. 1학기 기말고사를 준비하던 어느 날, 과 사무실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부과학생회장으로서 제게 나올 예정이던 봉사 장학금 80만 원이 안 나온다는 내용의 전화였습니다. 왜 제가 장학금을 받을 수 없을지에 대해 조교 언니께 여쭤보니 그 이유는 바로 국가장학금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국가장학금을 받았기 때문에 봉사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시험 공부를 하고 있던 손에 힘이 빠지고 멍하게 하늘만 바라보았습니다. 봉사 장학금은 부과학생회장으로서 한 학기동안 학생회 업무를 한 자라면 누구나 받아야 마땅한 것이고 저는 분명 그 누구보다 한 학기 동안 학생회를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했습니다. 한 통의 전화로 저의 한 학기가 전부 부정되던 그 순간의 허탈함을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가 있을까요.

돈이 곧 권력인 이 사회에서 장학금이란 형식은 분명 돈을 주는 사람과 그 돈을 받는 사람을 계급적으로 구분 짓고 일종의 상하 관계를 형성시킵니다. 뿐만 아니라 매 학기마다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지 없을 지 불안해하고 걱정합니다. 그 어떤 사소한 실수로 인해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될 경우 그 높은 등록금은 어찌 감당해야 할 지 막막한 삶을 삽니다. 졸업할 때까지, 아니 세월이 흘러 제 자식에게까지 물려줘야 할 생각을 하니 암담하기만 합니다.


돈 때문에 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 못하고 돈 때문에 청춘을 포기하고 돈 때문에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작년 여름, 열대야의 그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그보다 더 뜨거웠던 청춘들의 함성을 외면하고 국가장학금이라는 임시방편으로 수많은 청춘을 기만한 보수정치인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뿌리가 살아있는 한 아무리 나무를 괴롭히고 가지를 쳐내도 나무를 죽일 수는 없습니다. 진정한 문제의 해결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듯이, 국가장학금의 기만에 분노한 대학생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그 뿌리부터 살펴야 함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반값등록금국민본부와 참여연대 등은 7월 말까지 '국가장학금 분노기와 실망기'를 공모하고 있습니다. 장학금에 대한 문의나 분노기-실망기를 보내주실 분은 02-723-5303/min@pspd.org으로 연락주시거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가입해 직접 기사를 입력해주시면 됩니다.


덧붙이는 글 반값등록금국민본부와 참여연대 등은 7월 말까지 '국가장학금 분노기와 실망기'를 공모하고 있습니다. 장학금에 대한 문의나 분노기-실망기를 보내주실 분은 02-723-5303/min@pspd.org으로 연락주시거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가입해 직접 기사를 입력해주시면 됩니다.
#국가장학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이 기자의 최신기사 'F 학점' 받은 국가교육위원회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