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총선을 하루앞둔 10일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이 성북역 광장에서 노원지역 지원유세를 마친 뒤 유세장을 떠나던 중 한 남성이 악수하자며 손을 내밀자 경호원들이 놀라며 손을 제지하고 있다.
권우성
그러나 모든 경기가 그렇듯 예선에서 이겼다고 '우승' 자리를 내주진 않는다. 물론 박 위원장은 당권과 대선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하지만 이번에 마련한 디딤돌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올라가려면, 몇 가지 앞에 놓인 쉽지 않은 문제들을 풀어야 한다.
국회 개원과 동시에 새누리당이 내놓은 공약은 국민 심판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위원장이 유세를 다니면서 시종일관 언급한 '가족행복 5대 약속(0~5세 아이를 둔 모든 계층에 양육수당과 보육료를 지원하고, 중증질환자의 경우 단계적으로 국가가 100% 진료비를 부담한다는 등의 내용)' 공약만 해도, 개원일로부터 100일 안에 발의하고 통과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공약 중 많은 부분들이 이명박 정권이 대폭적으로 양보하지 않는 한 실현이 불가능하다.
임금·복리후생에 대한 비정규직 차별개선, 사내하도급 근로자보호를 위한 법률제정 공약도 이명박 정부는 물론 재계의 반발을 불러올 게 뻔하다. 반발로 공약이 무산되거나 적당히 타협한다면 반값등록금을 공약하고도 심리적 반값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을 바꿔,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던 '반값등록금 꼼수'와 다르지 않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또 다른 숙제는 후보시절 몇몇 부적절한 문제가 불거진 당선자들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 가다. 비록 지역유권자의 심판을 받았지만 국민들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없는 당선자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 논문 표절로 문제가 된 문대성 부산 사하구갑 당선자와 선거일을 며칠 앞두고 '제수씨 성폭행' 문제가 불거진 김형태 포항시남구울릉군 당선자의 경우, 그냥 덮고 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곧 시험대에 오르게 될 박근혜 위원장그러나 박근혜 위원장의 대선 가도에 가장 큰 걸림돌은 이명박 정권이 될 확률이 크다.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이슈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서 지난 한 달여간 제기된 민간인 사찰 내용과 KBS 노조에서 발표한 사찰 증거들은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가볍지 않다. 이번 폭로가 총선 시점과 맞닿아 큰 사건임에도 수위가 조절된 측면이 있지만, 국회가 개원하고 시민단체들의 투쟁이 본격화되면 탄핵이나 하야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
이때 새누리당은 방어하는 위치에 놓인 수밖에 없다. 총선 과정에서야 "나도 피해자, 노무현 정부도 사찰했다"는 물타기 전술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측면이 있지만, 국회가 개원하고 야당에서 여야를 떠나 모두 청문회를 하자고 한다면 감춰졌던 진실이 속속 드러날 수밖에 없다. 정권 방어와 진실 규명 사이에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면, 대권주자 박근혜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다른 게 뭐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외에도 BBK, 내곡동 사저 등은 박근혜 위원장의 시험대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
더 이상 새누리당이나 보수 세력 내에는 박근혜 위원장의 대항마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재오 의원이나 정몽준 의원이 살아남았지만, 이번 총선에서 겨우겨우 당선된 이들의 존재감이 예전과 같을 수 없다.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배경으로 삼아 정치 행보를 시작한 박근혜 위원장. 그래서인지 박 위원장의 얼굴에서 독재와 유신의 그림자는 보는 사람들이 있다. 또 이번 총선에서 이념의 대결을 조장했던 그의 행동들은 이명박 정권의 편협한 통일관의 재방송을 보는 것 같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4.11총선에서 무척 많은 것을 얻은 박근혜 위원장. 대선 여정에 오르기 전에 버려야 할 것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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