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사무원이 투표용지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최경준
4·11 총선 투표가 이미 시작됐다. 한국에서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직전인 28일, 전 세계 107개국 158개 공관에서 차례로 헌정사상 첫 재외국민 투표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 재외국민 투표는 뉴질랜드 오클랜드 분관에서 이날 오전 8시(한국시간 오전 4시) 시작돼 내달 2일 오후 5시(한국시간 3일 낮 12시)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최종 마감된다.
전체 재외선거권자(223만여 명)의 5.5%인 12만3571명이 사전에 투표자 등록을 마쳤으며, 중국이 8.1%로 가장 높고, 일본 4%, 미국 2.7% 순이다. 재외국민 투표에 드는 비용은 모두 293억 원이다. 재외국민 1명의 투표에 23만7110원의 국고가 소요되는 셈이다. 국내 유권자(3885만 명) 1인당 비용(6983원)에 비하면 34배가 더 투입되는 셈이다.
사전에 투표하겠다고 등록한 재외국민 유권자가 4600여 명인 뉴욕 투표소는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교민·주재원·유학생 등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이날 오전에는 주로 고령층이 투표에 참여한 반면 오후로 접어들면서 직장인이나 유학생 등 청년층의 투표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뉴욕 주재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투표를 마친 재외국민 유권자는 모두 193명이며 이들 중 약 40% 이상이 40대 이하 젊은층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재씨는 "재외국민 선거에 투입된 비용에 비해 투표 등록률이 저조하기는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 않느냐"며 "한국 정치 흐름에 따라서 분명히 대선 때는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교민들이 한국 정치에 무관심한 척하지만 그냥 척일 뿐"이라며 "한국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클 뿐이지 관심이 없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치 개혁은 하루아침에 될 수 없다"며 "개혁을 확실히 지향하는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김병주(43·뉴저지·사업)씨는 "북부 뉴저지에 있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투표하러 오기가 어렵다"며 "투표 장소를 늘리고 투표 시간도 연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의 가치를 높이고,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투표했다"며 "한미FTA 반대, 경제 민주화, 재벌 감시 등을 투표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미국에 온 지 20년 됐다는 황종원(62·뉴욕·무직)씨는 "그동안에 투표하고 싶어도 못했는데 앞으로는 한국 정치에 더욱 관심을 많이 갖게 될 것 같다"며 "자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북한과 거리를 두고 강경한 대북정책을 펼 수 있는 정당에 투표했다"고 말했다. 박민규(30·뉴욕·유학생)씨는 "국민의 의무를 다 한 느낌"이라며 "공약의 실현가능성, 후보의 과거 전력, 군복무 이행 여부, 세금 납부 여부 등을 기준으로 후보자와 정당을 선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