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동대문을에 출마한 민병두 민주당 후보가 행인을 만나 살갑게 인사하고 있다.
안홍기
"민 무슨 두, 그 사람은 많이 오던데요."서울 답십리동 현대시장 근처의 한 분식집 60대 여사장은 선거 얘길 꺼내자 "나는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다"면서도 "아, 민병두 그 사람은 몇 번이나 오고 그러더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17대 총선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후보에게 1만 표 이상의 큰 차이로 패배(37618표 대 27187표)한 민병두 민주당 후보가 낙선인사를 다니는 동시에 18대 총선 선거운동을 시작했다고 하더니 빈말이 아니었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유권자에게 이름은 알렸으니 말이다.
홍준표 후보에 대해 물었다. 이 여사장은 "홍준표씨야 물론 알지. 여기서 장사를 오래 했으니까. 그런데 잘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여사장은 누굴 찍을거냐는 질문에는 "아직 모르지. 그런데 우리 딸은 막 누구 찍으라고 하대. 그런데 뭐 찍으라고 해서 그 사람 찍나. 내 맘이지"라고 답했다.
답십리1·2동, 장안1·2동, 전농1·2동에 걸친 동대문을 지역구는 새누리당엔 자갈밭이라는 서울 동북권에 속해 있다. 그러나 그간의 총선 당선자를 보면 13대부터, 그러니까 1988년부터 민정당·민자당·한나라당 후보를 뽑아준 새누리당의 아성 같은 지역이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거센 탄핵역풍에도 홍준표 한나라당 후보를 당선시켰다.
전략가 민병두가 중앙정치에서 사라진 까닭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의 전략가 혹은 기획통으로 역할했던 민병두 후보가 복잡한 전략 따위 내던지고 시종일관 발로 뛴 것도 동대문을이 강남 못지않게 어려운 지역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15일 오전 장안동 전곡시장 앞에서 만난 민 후보는 "18대 총선에서 패배한 뒤 두 가지 방향제시가 있었다. '민병두는 전략가로서 계속 담론을 생산하고 토론에 나서서 최전선에서 싸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하나고, '홍준표 의원이야말로 고공전투를 잘 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니 반대로 민병두는 중앙정치에서 잊히는 길로 가자. 오로지 발로 뛰자'는 제안이 또 하나인데, 후자를 택했다"며 "잘 한 선택인 것 같다. 이제 나만큼 동대문을을 잘 아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인사를 하는 민 후보는 말이 많았다. 시장 보러 나온 두 여성에게 "정아 어머니, 정아 고모였죠?", "머리 새로 하셨네?"라며 살갑게 말을 붙이고 "이번만은"이라고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른 한 여성은 반갑게 인사하는 민 후보에게 "좀 전에 봤잖아요"라며 웃으며 지나쳤다.
민 후보는 전략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뭣한 '지역구 바닥 훑기'에 '작은 아들 전략'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민 후보는 홍 후보를 빗대 "큰 아들 잘 키워서 유학도 보내고 해서 큰 인물 되고 성공했는데, 정작 집안에는 무심한 거 아니냐"면서 자신은 '작은 아들'에 비유했다. "집에서 별로 잘 해주지도 못한 작은 아들이 집안일을 잘 챙기고 효도한다는 전략"이라는 것.
지역구를 얼마나 돌아다니는지, 이날 민심 취재에 나선 기자도 오전에 민 후보를 만난 뒤 오후 2시에 장안동 사거리에서 한번, 오후 3시쯤 장안동 우성 2차 아파트 앞에서 또 한번 마주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