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맞춤형 복지' 펼침막
안호덕
새누리당은 '건강한 복지사회를 만들겠습니다'라는 복지 슬로건을 걸고 18대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표를 얻어 갔지만, 18대 국회 임기 내내 '복지'는 금지 단어였고, 같은 당 의원이라도 복지를 요구하면 무섭게 몰아 붙였다.
2010년 12월 8일 한나라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처리된 예산안에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비'는 없었다. 그것도 모자라 장애인·노인·저소득층 및 사회취약계층 예산 등 2조 880억 원의 서민예산을 삭감해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에 1000억을 증액 배정했으며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의 한식 사업에 242억 원을 배정했다.
이건 '폭거'에 가까운 행위였음에도 그들은 스스로를 '친서민 정부'라고 불렀고 뼛속까지 서민이라 했다. 입으론 그렇게 말했지만, 국민들의 복지 요구는 철저히 좌파 포퓰리즘으로 몰아 붙였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공약한 반값 등록금마저도 스스로 부정했다. 그들에게 복지는 나라를 망치는 망국병이었고, 국가 전복을 꾀하는 좌파들의 기도 행위였다.
무상급식 이슈가 떠올랐을 때 새누리당을 이끌었던 홍준표 의원은 "부자 무상급식은 어떻게 보면 복지가 아니다, 국민 세금을 거둬서 쓰지 않아야 될 곳에 쓰는 좌파 포퓰리즘", "얼치기 좌파들이 내세우는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공약은 정책위에서 단호하게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반값 등록금' 이야기를 꺼내자 김문수 도지사는 "황우여 집 팔아 등록금 주나"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런데 이름 바꾼 새누리당, 이번에는 나가도 너무 나갔다.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복지'란다. 그렇게 몰아세우던 '좌파(?)'들도 엄두를 못 낼 이 공약을 대체 무슨 수로 감당하려는가. 의원 전체가 로또를 맞아도 해결 안 될 복지의 공약을 걸어 놓고 맞춤형 복지를 실현하겠다니, 내지르고 보자는 노름판 베팅인가, 아니면 표를 얻기 위한 우파(?) 포퓰리즘의 극치인가. 결식아동 밥그릇까지 빼앗았던 새누리당 의원들, 이런 공약 내세우기 후보로서 낯간지럽지 않는가?
지난 4년, 다가올 4년이 되어서는 안된다모두 '정책선거'를 하자고 한다. 지연과 학연에 얽매이지 말고 정정당당히 정책 대결로 승부를 내자고 한다. 동의한다. 그러나 정책 선거라는 것은 길거리에 나부끼는 공약이나, 언변 좋은 후보자들이 내뱉는 달콤한 약속들이 전부는 아니다. 정작 더 중요한 것은 그 정당의 내력이고 후보가 된 사람이 살아온 이력이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서 '맛있다'를 연발하던 국회의원들과 형님 예산, 대통령 부인 예산까지 챙기면서 정작 아이들 밥 굶게 만들었던 국회의원들, 1% 자본권력의 충복이 되어 영세자영업자들을 길거리로 내몬 국회의원들, 비정규직 등 값싼 노동력을 만들어 기업에게 부를 안겨 주었던 국회의원들. 우리가 그 수많은 국회의원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지난 4년이 다가올 4년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친이계가 탈락을 하는 것, 친박계가 공천을 받는 것을 잣대로 잘된 공천, 잘못된 공천을 판단할 수는 없다. 아니, 판단할 필요도 없다. 내가 새누리당의 공천에 후한 점수를 안 주는 이유는 창당에 버금가는 쇄신을 하겠다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호언이 전혀 피부와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균형 잡힌 목소리를 내려고 했던 의원들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무상급식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복지는 포퓰리즘이라고 몰아붙였던 인물들을 채웠다. 이것이 내가 새누리당을 비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