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과 짜장면, 잡채밥을 시켜봤다. 모두 합해 9100원이다.
나영준
서울 을지로에 있는 방산시장은 수많은 서민이 하루해를 위해 부딪치고 땀을 흘리는 곳이다. 그리고 이곳에 가면 긴 세월 동안 아주 미안해 가며, 조금씩 가격을 올리는 중화요리 집이 있다. 방산분식, '반점'이 아닌 '분식'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오후 3시쯤 찾은 방산시장 입구, 건물과 건물 사이에 가늘고 비좁게 자리잡은 가게. 허름하다. 영화 <고교얄개> 어느 장면에 쓰였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친절하게 내오는 물잔. '엽차'다. 진정한 기억 속 짜장면집은 생수도 자스민차도 아닌 엽차가 나와야 한다.
다음 둘러볼 것은 가격표, 물가압박을 견디지 못해 작년과 올해 '두 번씩이나' 올린 가격이다. 짜장면과 우동이 2500원, 곱빼기가 2800원이다. 짬뽕·간짜장·울면은 2800원, 곱빼기가 3000원. 밥 종류는 메뉴에 상관없이 3500원, 곱빼기가 4000원이다. 더 설명이 필요할까.
두 명이 앉아 다소 비싼(?) 걸 시켰다. 간짜장과 짬뽕, 잡채밥이다. 평소 양을 보기 위해 단 200원이면 추가할 수 있는 곱빼기를 사양했다. 참 빨리도 나온다. 돌아서는가 했더니, 음식을 가져온다. 성미 급한 이들에게 강추다.
그런데 양이 많다. 특히 밥은 정말 많이도 퍼줬다. 곱빼기를 시켰으면 큰일 날 뻔했다. 맛은 되도록 객관적으로 기록하겠다. 담백한 짬뽕은 요즘 말로 '소소(So-So)'하다. 풍부한 해물이나 궁극의 진한 맛을 기대하면 안 된다. 가격 대비 기본의 맛을 낸다.
둘이서 9100원어치 먹고, 소화제를 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