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가 끝나고 젠델씨와 시온씨, 나드히라씨가 이불 빨래를 위해 혼자 사시는 한 할머니의 댁에 방문했다. 여러본 와 본 집인듯 익숙하게 이불을 걷는 그들의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안소연
젠델씨와 시온씨는 각각 18살, 21살에 한국에 입국해 30대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주노동자라 칭하는 사람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은 제한적이다.
영화 <완득이>에서 완득이는 교회에서 만난 이주노동자인 핫산의 눈에 난 상처를 보고 혼자 다니지 말라며 걱정을 한다. 그런 완득이에게 핫산은 제대로 된 어퍼컷을 날린다. "그럼 링에 둘이 같이 들어가요?" 당황하는 완득이의 그 표정이 바로 내가 영화를 보며 지었던 그 표정이다. '취미생활'과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연결 짓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온씨와 젠델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의 삶도 우리와 별반 다르진 않음을 알 수 있다.
-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나? 시온 : "주말에 친구들과 배드민턴을 쳤지만 이젠 한국어 공부에 매진한다."
젠델 : "사진에 관심이 많아 사진을 찍으러 다니거나 지인들에게 요리를 만들어준다."
- 센터를 통해 봉사활동도 한다고 들었다. 어떤 봉사활동을 하나? 젠델 : "동네 어르신들에게 반찬을 만들어드리기도 하고 이불 빨래를 도와드리기도 한다."
시온 : "지난주에는 독거노인들의 집을 찾아 바람이 들어오는 창을 문풍지로 막고 월동 준비를 도와드렸다."
문득, 그들은 왜 자신에게 상처도 많이 줬던 한국이란 나라에서 봉사활동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기자 역시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며 은근한 무시와 차별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 때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곧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위로와 가족과 친구들의 사진을 보는 것 뿐이었다.
- 봉사 활동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젠델 : "사람 마음은 다 똑같다. 좋은 일하면 기분이 좋다. 한국말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있지만 일단 내가 먼저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온 : "한국에서 혼자 계시다가 돌아가신 할머니들이 뉴스에 나와서 놀랐다. 사람들이 남의 일에는 무관심한 것 같다. 예전에는 웬만하면 인사 정도는 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변했다. 누군가 먼저 보여주어야 따뜻했던 사회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의식은 많은 부분에서 아직 유리장막에 갇혀져 있다. 함께 살고는 있지만 우리에게 아직도 그들은 타자이고 이방인이다. 여태껏 이주노동자는 같은 밥상에 앉은 불편한 손님 같은 존재로 다가왔을 뿐이다. 같은 밥상을 써야해서 함께 밥을 먹긴 하지만 무서워서 껄끄럽거나 연민의 대상이라서 신경이 쓰이는, 목에 턱 걸린 생선 가시 같았다.
편견의 가시는 생각보다 깊숙이 그리고 곳곳에 박혀있을 수도 있다. 연대의식을 갖고 함께 제거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와 '그들'은 한 껍질의 피부를 벗겨내면 똑같은 심장을 가진 인간이다. 진정한 다문화 사회는 이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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