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의 이광석.
이광석 제공
"시들과 시집 속에서 바다를 그리는 순진무구한 마음을 가질 때 우리도 바다처럼 더 많이 나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런 책 나눔 행사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일곱 번째 '나의 애독서' 인터뷰에 응한 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의 가수 이광석은 '책 나눔 캠페인'에 참여하는 독자들에게 바다를 그리는 마음을 당부했다. 그는 이생진 시인의 시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애독서로 추천하고 직접 서명한 후 '책 나눔 캠페인'에 기부했다.
2008년 촛불집회를 통해 유명해진 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의 멤버인 그는 조영래의 <전태일 평전>과 황석영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인상 깊었던 책으로 추천했다.
"<전태일 평전>, 전태일의 시대로 내가 옮겨진 느낌 줘"- 시위나 집회에 참가하지 않는 분들은 좀 생소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자기소개를 하나요?"우선 제가 속해 있는 '우리나라'는 만 13년차 민중가요 노래패입니다. 초등학생들더러 우리나라를 그리라고 하면 알아서 남과 북을 함께 그리잖아요. 저희도 그렇게 통일된 우리나라를 꿈꾸면서 밴드 이름을 '우리나라'라고 지었습니다. 2003년 미선이 효순이 사건으로 촛불이 처음 거리로 나왔을 때부터 꾸준히 거리에서 노래를 해왔고, 2008년 촛불 때 '다시 광화문에서'가 거리에서 많이 불려지면서 조금씩 저희를 아시는 분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 어떤 계기로 민중가요 노래패에 들어가게 됐나요?"'우리나라' 멤버들은 다들 대학교에서 각자 노래패를 했던 사람들이에요. 학교를 졸업하고 전문 노래패를 해보자는 취지로 팀을 꾸리게 된 거죠. 저는 원래 목사를 꿈꿨고 목회를 하고 싶어서 대학을 왔는데 대학에 입학하던 1991년도에 사회의 여러 현상들을 보게 됐어요. 그 해에만 12명의 대학생들이 분신 등의 방법으로 사회에 목소리를 던지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그걸 보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다가 군에 다녀온 이후에는 '목회자로서 꿈꿨던 것들을 내가 사회 속에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래를 하게 됐어요. 모르던 세상을 알게 되면서 인생이 바뀐거죠."
- 아무래도 인생의 전환기인 대학 초반에 읽으신 책들을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인상적으로 읽었던 책들을 추천한다면?"저는 책에는 그다지 많은 영향을 받지는 않았어요. 그냥 그 시대에서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저에게 너무나 많은 것들을 말해주었기 때문입니다. 황석영씨가 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읽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광주 민주화항쟁을 담은 책인데 그 시기는 광주 민주화항쟁이 일어난 지 10년 밖에 안 지났던 때였고 자료가 부족해서 대다수 대학생들이 참혹한 현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거든요. <전태일 평전>도 굉장히 인상깊게 본 책입니다. 그 시대 여공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아주 세부적인 부분까지 볼 수가 있지요. 마치 전태일이 살았던 시대로 내가 옮겨져 있는 느낌을 주는 책이지요."
- 기증하는 책 역시 사회를 다룬 책인가요? 기증하는 책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아니요. 제가 기증할 책은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라는 시집입니다. 제 고향이 '삼천포로 빠진다'고 할 때 그 삼천포거든요. 경남 진주 밑에 있는 곳인데 지금은 사천시와 통합되어서 삼천포 항으로만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바다와 함께 자라고 생활했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친구들과 등대에서 노래 부르며 놀았거든요. 그런데 대학 와서 이 책을 읽어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바다에 살았던 사람보다 더 바다사람 같은 시어로서 성산포와 제주를 표현한 시집입니다. 바다에 직접 와 있는, 바닷물에 발목을 담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요. 그 뒤로 애인이나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이 시집을 권해주게 됐고 시집 속 시들에 제가 곡을 붙여서 '고독' 등 제 노래도 9곡 만들었습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읽어보고 싶은, 바다와 닮아있는 아름다운 시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