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까치산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10.26 서울시장 선거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성호
관성은 벗어나기 어렵다. 중력보다 관성을 극복하는 것이 더 힘들다. 몸에 배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정치적 위기상황이나 선거 때 보이는 한나라당의 모습이 딱 그렇다. 평소에는 이념의 시대는 갔고 실용으로, 생활정치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조금만 여의치 않으면 결국 색깔론에 기댄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습관성 이념 마려움증'이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박원순 야권단일후보와 혼전양상에 들어가자 이념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당 주변 인사들이 한두 마디씩 하는 수준이 아니라 당의 간판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20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아름다운재단의 회계보고서를 보면 100억 원에 가까운 돈이 좌파단체로 갔다"고 주장했다. 아름다운재단이 지원한 시민단체들 중에 촛불시위 참여 단체가 있다는 정도를 갖고, '좌파단체'에 대한 성격규정이나 구체적인 지원 내용에 대한 근거 없이 이렇게 말했다.
수위가 높아진 한나라당의 색깔 공격같은 날 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친박근혜(친박)계 핵심인 유승민 최고위원이 "2004년 노무현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고 할 때 박원순 후보는 국가보안법 철폐에 앞장 선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민간항공사 기장과 심지어 병무청 공무원 등이 인터넷에 친북, 종북 성향의 게시물을 올리는 것을 보면 굉장히 우려할 만하다"며 "친북·종북주의자들이 인터넷에서 설치는 상황에서 국보법 철폐에 앞장섰던 박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는 공동체안보"라며 서민정책에는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 왔지만, 이런 문제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홍문표 최고위원도 "박 후보는 2009년 '희망과 대안' 창립식에서도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이해할 수 없는 식순을 진행했다.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인한 것인지, 호국영령을 무시하는 것인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21일에는 김기현 당 대변인이 홍 대표의 주장을 이어받아 "박원순 후보가 설립하여 주도해온 아름다운재단은 알고 보니 '좌파의 저수지'였음이 밝혀지고 있다"는 공식논평을 냈다.
한나라당 인사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위의 발언을 한 것은 차명진 전략기획본부장이다. 그는 "박 후보는 국가보안법 폐지, 민주주의·사회주의 공존 등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종북 조종사·공무원이 도처에 널렸는데, 종북 시장까지 허락하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11일 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그의 발언은 정점이었다.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서울광장은 허구한 날 반FTA 투쟁, 국가보안법 폐지투쟁, 국정원 철폐 투쟁, 반미 투쟁으로 끊이지 않을 것이다. 좌파의 체제 전복을 위한 대중투쟁기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