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9월 12일 오전 생활고에 시달리던 40대 아버지가 11살의 아들과 함께 마창대교에서 투신해 자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마창대교 전경.
윤성효
외환위기 전 5000명 수준이던 자살자 수가 2009년에는 1만 5413명까지 늘어났습니다. 급증하는 자살자 수는 한국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중병에 걸려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인용한 칼럼에서 거론된 이웃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세상을 우리는 만들 수 없는 걸까요?
제가 <프리라이더>에서 주장한 대로 2025년경 조세재정구조개혁과 그와 연관된 사회경제적 개혁이 이뤄진 '다른 세상' 대한민국이었더라면 이 분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이 분들이 그런 세상에 살아있다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다르게 느낄지 한 번 상상해봅시다.
"자살요? 미래가 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합니까?"
[19세 소녀] "저는 부모님 없이 혼자 살지만 제 힘으로 어느 정도 자립할 수 있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과 헤어져 살았는데, 저 같은 학생은 생활보조금으로 매월 기본적으로 약 30만 원을 받습니다. 저는 부모님과 헤어져 살고 변변한 소득도 없어서 또래 친구들보다 15만 원을 더 받아 매월 45만 원을 받습니다. 또한 매월 30만 원 가량의 주택보조금을 지급받고 있습니다. 지금 네일아트 학원에 다니는데 정부의 청소년 직업훈련지원 혜택을 받아 월 10만 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부모님과 헤어질 때 고심을 많이 했지만 2~3년 열심히 일하고 나면 저도 얼마든지 네일아트 전문가로 독립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어요."
[여의도 50대 남성] "정부의 기초생활 수급비가 월 60만 원 정도 됩니다. 또 제가 데리고 있는 장애아 두 명에 대해 한 명당 아동수당이 매월 20만 원씩, 장애수당이 20만 원씩 나옵니다. 그리고 제가 매월 날품을 팔아서 100만 원 정도는 벌 수 있죠. 빠듯하지만 240만 원으로 세 가족이 그럭저럭 생활을 꾸릴 수 있습니다. 더구나 정부가 제공하는 장애인용 공공임대주택에서 월 20만 원 정도로 살 수 있고, 아이들은 장애아를 위한 별도의 특수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자살요? 그런 거 생각도 안 합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이렇게 저와 아이들의 미래를 꾸려갈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을 왜합니까?"
[창원 40대 남성] "몇 년 전 아내가 위암에 걸려 세상을 먼저 떠나는 바람에 실의에 잠겼고, 홀로 남은 아이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암 치료를 하면서도 중병질환 보험료 상한선인 400만 원까지만 내면 돼 가계 생활이 크게 어려워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10여 년 전이었으면 아내 치료비만으로 억대의 돈이 들어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지금쯤 경제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은 기초생활수급비에 아이 아동수당 등으로 기본적인 생활은 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 하던 대리운전 일을 접고 늘어난 노인요양기관에서 노인요양사로 일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있습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생각하며 노인 분들이 여생을 편히 보내는 것을 돕는다는 자부심으로 살고 있는 거죠."
[전주의 30대 가족] "저는 두 달 전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했습니다. 다니던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진 탓에 저 말고도 인력의 20% 정도가 함께 퇴직했습니다. 하지만 퇴직 6개월 전부터 회사로부터 제가 하던 일을 살려 전직할 수 있는 직장 정보를 제공해 주었고, 정부의 연계된 전직훈련 프로그램도 무료로 다닐 수 있었습니다. 또한 퇴직하더라도 6개월 동안은 취업 당시의 약 80%, 그 후 추가 12개월 동안은 60%의 생활유지수당을 받기 때문에 크게 불안한 마음은 없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미래를 향해 재충전하는 기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전직훈련 과정에서 몇 군데 관련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아 아마도 6개월 이내에 재취업할 수 있을 겁니다.
공공임대주택에서 살고 있고, 아이 아동수당도 있으니 당장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친환경식단으로 의무급식을 하고 피아노와 미술, 음악, 로봇교실, 태권도, 수영, 인라인, 축구, 야구 등과 같은 방과후 프로그램도 무상으로 제공하니 따로 돈 들일이 크게 없습니다. 영어와 수학의 경우 학교 교사들이 방과 후에 뒤떨어진 아이들을 위해 양질의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학원에 따로 다니는 아이들은 요즘 드뭅니다. 제가 하루 빨리 새로운 직장을 찾는 일만 남아 있는 셈이지요. 힘을 내야겠어요."
"'이태백'이나 '청년실신' '알부자족', 옛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