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11월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G20 중소기업 자금지원 경진대회' 시상식에 참석해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의 축사를 경청하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유성호
이러한 '신화 만들기'는 지난 1980년대 미국의 언론인 시드니 블루멘탈이 지적한 '영속적 캠페인(Permanent Campaign)'의 전형적인 사례로 그는 보았다. 블루멘탈에 따르면 이 '영속적 캠페인'은 전략적 계산과 이미지 메이킹이 결합된 정치 이데올로기이며, 정치 지도자가 당선된 이후에도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고, 대중의 동의를 지속적으로 조작해 내기 위한 정치 공학이라는 것이다.
이 '영속적 캠페인'에 따른 '신화 만들기' '영웅 설화'에 공영방송 KBS가 올인했으며, 그 결과로 민간인 사찰 등 주요 이슈는 묻히고 말았다고 그는 비판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MB 정권과 KBS 등 주류 언론이 만들어 낸 G20 캠페인에 융단폭격 당해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 UAE 파병문제, 4대강 문제 등 중차대한 현안들을 망각해가고 있다. 한국의 대다수 언론인들은 사실 G20이 반 년마다 열리는 회의체에 불과하고, 설사 서울에서 어떤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구속력이 없는 상징적 수준에 머물 것이며, 이 회의로 우리가 세계 중심국가로 '우뚝' 서는 일도 없을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또 내일 정상회의가 폐막하면 G20은 금방 잊혀질 1회성 행사라는 것도 주지하고 있다.그렇다면 국민들을 환상에 몰아넣은 기만의 대가를 어떻게 치를 거냐고? 장담컨대 그럴 일은 없다. 어차피 장밋빛 레토릭은 곧 망각될 것이고, 이번 주말부터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또다시 우리의 '국격'을 높이는 장치로 등장할 것이다...그 이후, 또 그 이후의 이후에 전개할 캠페인도 정권 내부에 포진한 전문가(propagandist)들이 지금 머리를 짜내 기획하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MB 정권의 '영속적 캠페인'이 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알 순 없지만 시선을 과거로 조금만 돌리면 그 행태가 어떤 것이 될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서 '시선을 과거로 조금만 돌려서 본 '영속적 캠페인'의 행태'로 ▲ 2009년 12월 27일 휴일 오후 정규방송을 끊고 UAE 원전 수주 소식을 특보로 전하면서 시작된 '원전 르네상스' 신화의 시작 ▲ "원인 공방과는 별개로, 6·2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세심하게 고안된 것으로 보이는" 천안함 침몰 사건을 예로 들었다. '원전 르네상스' 신화의 경우 KBS 뉴스는 "당장 그 날부터 원전으로 도배되고, 특집이 잇따랐다. MB의 막판 담판 소식이 영웅담으로 부각됐다. KBS를 필두로 한 주류매체의 대대적인 신화창조 캠페인에서 주인공은 단연코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원전 신화가 확산되는 와중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MB 지지율은 1년 8개월 만에 50%대를 넘었다".
그리고 천안함 사건의 경우 "군부의 거짓과 무능, 청와대의 미숙한 초기 대응 등 정권에 치명적 부담이 될 약한 고리들을 한순간에 덮어버리고 성금모금 방송 등을 통해서 국면을 '천안함 영웅 신화' 스토리로 일거에 전환시킨 KBS의 기교는 예술적 경지에 이른 것이었다"고 김용진 기자는 비판했다.
MB '영웅설화'에 올인한 KBS'영속적 캠페인'에 중심적 역할을 하는 KBS와 정권의 성공 문제,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미래와 관련하여 김용진 기자가 분석하는 '이명박 론'은 흥미로울 뿐더러 의미심장하다.
사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를 바라는 유권자 가운데 한 명이다. 하지만 현재 추세라면 이런 기대는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극단적 형태의 '영속적 캠페인'은 국민 여론을 오도할 뿐 아니라, 지도자 자신마저 파멸의 길로 이끈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소통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하지만 요즘 행보를 보면 단순히 소통 능력의 부재를 넘어 일종의 선지자적 자기 확신과 자기기만이 기괴하게 결합된 모습이 감지된다. KBS 9시 뉴스에 시시콜콜 보도됐듯이 G20 준비 상황을 일일이 감독하러 다니는 모습은 조선중앙TV의 이른바 '현장지도' 모습을 연상케 한다... '법과 원칙', '공정사회' 등을 내세울 때는 자신의 과거와의 '인지 부조화'를 극복하기 위해 '법과 원칙'이나 '공정사회' 등과는 거리가 있었던 자신의 과거 삶에 대한 기억을 메모리에서 지워내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청와대의 대포폰 문제가 불거져도, 자신이 직접 담판해 수주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UAE 원전 수주 과정에서 1년여 만에 '파병 패키지'라는 이면합의 의혹이 제기돼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런 문제는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G20 신화의 주연으로서, 세계적 지도자의 역할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BBK는 내가 설립했다"고 공개석상에서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해 놓고도 나중에 가서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잡아 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인식, 인지의 세계. 김용진 기자는 '이명박 론'을 펴면서 '인지 부조화론'을 불러 들였다.
'인지부조화' - 자기 기만, 자기 정당화'인지 부조화론'의 대가인 사회심리학자 앨리엇 애런슨(Elliot Aronson)에 따르면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신념이나 현재 자신에게 '편리한' 진실에 배치되는 증거가 나오면 기존 신념을 유지하거나 공고히 하기위해 새로운 증거를 비판, 왜곡, 기각할 방법을 찾게 된다고 한다. 애런슨은 이런 심적 왜곡 현상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라고 했다. 또 사람들의 기억은 종종 과거 사건의 윤곽을 흐리게 하고, 범죄성을 호도하며, 진실을 왜곡하는 자기고양 편향(ego-enhancing bias)에 의해 재단되고 형성된다고 한다. 이런 심리기제를 다른 말로 자기 정당화 혹은 자기기만이라고 한다.애런슨은 자기 정당화는 공공연한 거짓말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그는 특히 자신의 행위를 국민들에게만 정당화하는 대통령은 그것을 바꾸도록 설득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에게 진실이 있다고 믿고 자신의 행위를 자신에게 정당화하는 대통령은 교정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기 때문이다...애런슨은 자신의 저서 <거짓말의 진화>에서 나치 상층부가 자기교정 장치 없이 '자기기만'이 가득 찬 '왜곡거울'의 방에 갇혀있었다는 히틀러의 심복 알베르트 슈페어의 고백을 인용하며, 권력자들에게 비판의 목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했다.바로 이 대목에서 김용진 기자는 공영방송 KBS가 애런슨이 강조한 '권력자들에게 비판을 가하는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에 대한 비판'- 공영방송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