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타기.
김주혜
올해는 나름 바빴습니다. 지하철도 처음 타보고, 대마도도 가보고. 내 정지되어 있던 삶이 소 걸음처럼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었던 것들을 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걷지도 못하고,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안에서만 내 금쪽같은 인생을 보내야 했습니다.
류마치스 관절염, 나를 중증장애인으로 돌려 놓은 주범입니다. 장밋빛 인생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범한 인생은 살 줄 알았습니다. 그 평범한 조차 나에게 호사로 다가 왔었습니다.
온 몸 관절들이 굳어져서 대소변 받아내고 고통 속에서 왜! 내가 이렇게 되어야만 하나. 절규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삶은 절규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전 어쩔 수 없이 지체장애1급이라는 타이틀을 인정해야만 했고 비장애인으로의 삶을 정리해야만 했습니다.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정신력으로도 무장을 했습니다. 이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굵은 신경 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20여년을 집안에서만 살다가 4년 전 여러 곳을 수술하고 재활훈련을 받고 드디어 지팡이 짚고 세상으로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단절된 상태로 집안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막상 밖에 나오니 갈 곳이 없고 교류할 곳이 없었습니다. 전동스쿠터 타고 돌아다니다가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온 일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뭔가 배우고 싶다는 갈증이 있어서 인터넷을 뒤지다보니 여성장애인 연합회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마침 영어회화강의가 있길래 신청을 했었습니다. 차가 집 앞까지 데리로 온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아직 장애가 많이 남아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는 나에게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언젠가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을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나는 거기에서 장애인에 대한 것들을 모두 배웠습니다. 대중 교통 이용하는 법, 복지관을 통해서 여행가는 법, 장애인으로 초연하게 살아가는 법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