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김인규 신임 사장이 2009년 11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릴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사측이 배치한 청원경찰들에 둘러싸여 본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유성호
그런데 '7인 비밀회동'에서 이동관 대변인과 유재천 KBS 이사장이 했다는 발언이 주목을 끌게 한다. "김인규씨를 사장으로 보내야 했는데, 낙하산 얘기가 하도 많이 나와 힘들어졌다"(이동관 대변인) "김인규 카드가 무산돼 후임 사장 임명 문제가 시급해졌다. 사장을 공정하게 잘 뽑아 이명박 대통령의 업적으로 삼은 것이 좋겠다"(유재천 KBS 이사장)는 이 발언은 MB 정권이 이미 김인규 카드를 접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인규 카드를 접은 결정적인 원인은 촛불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뜨거웠던 촛불의 힘이 아직도 남아 있을 때였으니,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 방송전략실장을 지낸, 정치적 '직계 혈족'인 김인규씨를 KBS 후임 사장으로 앉힐 '무리'를 할 엄두를 당시에는 낼 수 없었을 터였다.
2008년 8월 17일 '7인 비밀회동' 때 이명박 대통령이 김인규 카드를 접었음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이틀 뒤 김인규씨는 'KBS 사장 응모를 포기하며'라는 개인 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개인적 결단을 내리는 그런 모양새를 취했다.
그는 "후보자 공모마감을 하루 앞두고 KBS 사내에서는 물론 정치권에서 본인을 둘러싼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번 공모에 신청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모적 논쟁'의 원인인 '이명박 후보 캠프'에 몸담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막바지에 이명박 후보 캠프로부터 방송전문가로서의 도움을 요청 받았습니다. 당시 선거캠프에 몸담는 것 자체가 방송인으로서의 약점이 될 것을 우려해 여러 차례 고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결국 개인 문제에 앞서 1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따르기로 결심하고,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자원봉사자로서 공정한 선거방송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비록 KBS 내부 직원은 물론 외부에서도 떳떳하게 KBS사장으로 나서라는 여론도 적지 않지만, 자칫 사장후보 응모 자체가 어려운 국내외 여건 속에 출범한 새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혼란한 KBS 사태의 장기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응모 포기를 결심하게 됐습니다..."'개인 문제에 앞서 10년 만의 정권 교체라는 대의에 따르기로 결심'하여 이명박 후보 캠프에 참여를 했고, KBS 사장 후보 응모가 '새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응모 포기를 결심했다는 게 요지였다.
어쨌거나 2008년 8월 중순, 나의 후임을 뽑는 과정에서 '김인규 카드'는 물이 건너간 카드였다. 그러나 1년이 조금 더 지난 2009년 11월, 이 카드는 다시 등장했다. 1년 전의 '정치적 부담'을 이제는 헤아릴 필요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KBS를 정권을 위한 확실한 홍보 도구로 사용할 수만 있다면, 정치적 무리나 부담에 대해서는 주저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던 모양이었다.
그렇더라도 개인적으로 한 가지 궁금한 것은 KBS의 정권 홍보 도구화에 있어 결코 김인규씨에 뒤지지 않았던 이병순 전 사장을 왜 버리고, 여러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되는 김인규 카드를 선택했을까 하는 점이다. 김인규씨가 살아온 방식, 그리고 내가 직접 경험한 일들을 되돌아 보면, 그가 사장이 되는 과정에도 참 많은 이야기꺼리들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차차 밝혀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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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동아일보 기자,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 논설주간, kbs 사장.
기록으로 역사에 증언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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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장 잘 정해야"... 실세들의 음습한 '비밀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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