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표2> 예금가계 이자 소득 및 부채가계 이자 부담 추이(주)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김광수경제연구소
예금자 희생양 삼는 마이너스 실질금리이후 저금리 속에서 정부의 단기외화대출 급전 등으로 단기외화대출 상환위기를 넘긴 은행들은 2009년 초에 은행권 전체로 적자에 빠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은행들은 대출금리는 올리는 반면 예금금리는 낮춰 예대마진을 확대하여 부실을 털어내고 수익성을 개선했다. 은행들의 무모한 부동산담보대출 경쟁으로 발생한 위기적 상황을 단기외화대출 급전과 저금리로 막아준 셈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말 이후 저금리정책이 일반 가계들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언론에서는 주택담보대출자 등 주로 부채를 진 가계의 이자 부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은행에 여유자금을 저축하고 있는 가계들도 많다. 물론 현실에서는 양쪽의 비중이 다를 뿐 금융자산과 부채를 함께 가진 가계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분석과 설명의 편의상 부채 가계와 예금 가계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해서 그 효과를 따져보자.
예금은행의 가계부문 저축성예금 총액은 올 1분기 말 현재 695조 원이며, 가계신용대출 총액은 739조 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2010년 1분기말 현재 가계 저축성예금 금리는 4.13%이며, 가계대출 금리는 5.54%로 나타나고 있다. 이로부터 가계는 은행에 대해 예금에 대한 이자를 28.7조원 받고 대출에 대한 이자를 40.9조 원 지불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가계의 예대이자 수지는 -12.2조원의 적자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금순환표를 기준으로 하면 가계부문의 이자수지 적자는 더욱 확대된다. 자금순환표에 나타난 개인부문의 금융부채는 2009년 4분기 현재 889.7조 원이며, 개인부문의 저축성 금융자산은 911.9조 원 정도로 비슷하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개인부문은 약 11조 원 가량의 이자수지 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문제는 2008년 말 기준금리를 2%로 인하했을 때 부채 가계의 이자 부담과 예금 가계의 이자소득에는 어떤 효과가 발생했을까 하는 것이다. 2008년 말 가계부문의 은행 대출이자 부담은 연환산 50.3조 원 가량이었으나 기준금리 인하로 연환산 40.9조 원으로 떨어져 연간 약 10조원 가량 감소했다. 반면 은행에 예금을 한 가계는 2008년 말의 금리인하 전에 35.2조 원 가량의 이자를 받았으나 6올 1분기 말에는 28.7조 원으로 줄어 6.5조 원 가량 감소했다.
2008년 말 금리인하 직전의 가계신용대출액을 기준으로 저금리 정책의 기회이득을 계산해보면, 은행에 빚을 진 가계는 연환산 12.2조 원(688조 원×(7.3%-5.5%)) 가량의 금리인하(보조금) 혜택을 받은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2008년 말의 가계 저축성예금을 기준으로 저금리 정책의 기회손실을 계산해 보면, 은행에 예금을 한 가계는 저금리 정책으로 연환산 10.5조 원(=596조 원×(5.9%-4.13%)) 가량의 이자 손실이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회이득 또는 기회손실은 저금리 정책이 길어질수록 확대되게 된다.
이로부터 저금리정책은 시장의 논리와 경제적 상황을 내세우고 있으나 경제적 형평성 측면에서는 매우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 정책실패나 금융기관의 무모한 경영으로 인한 잘못을 저금리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예금자인 가계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성실하게 일해 번 소득을 저축해온 가계를 희생양으로 하여 빚을 내 부동산투기에 가담한 가계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주고 있다. 투자실패는 개인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실패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예금자에게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또한 무분별한 부동산담보대출 경쟁으로 국민경제 전체에 큰 위기를 초래한 금융기관들에게도 따끔한 채찍질을 맛보게 하기보다는 금융시장 안정 운운하면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금리 정책과 유동성 확대로 인한 물가상승 즉 인플레이션 조세(inflation tax)까지 고려하면 일반 국민들이 저금리로 인해 떠안는 부담은 실로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2008년 말과 같은 급박한 경제위기 상황이라면 이 같은 조치는 불가피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정부와 한은의 통계발표에 의하면 경기는 경제위기 전을 훨씬 뛰어넘어 최절정의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생활물가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물가도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치를 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만들어 예금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그야말로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바로가기(http://cafe.daum.net/kseriforum)http://twitter.com/kennedian3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6월 11일자로 김광수경제연구소가 <경제시평>유료회원들에게 발송한 '시사경제'의 일부 내용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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