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동아일보> 2008.1.4 34면 서정보 기자
동아일보PDF
KBS 정연주 사장이 2일 신년사에서 "오만한 권력에 대해 가차 없이 비판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내부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정권 교체기에 왜 이런 발언을 했느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 사장이
2003년 4월 취임한 이래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권력에 대한 비판'을 직접 언급한 게 생뚱맞다는 분위기다.
생뚱맞은 것은 내가 아니라 "취임 후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고 거짓 왜곡보도를 하거나, 아니면 그냥 정연주가 미워서 제멋대로 마구 붓을 휘둘러대는 조폭 같은 <동아> <조선>의 기자, 논설위원들이 아닌가. 이게 무슨 언론인가. '사실 보도'라는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포기한 언론이 어찌 언론일 수 있을까. 그랬기에 조중동이 뭐라 비판을 하든, 나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그냥 무시하면서 살아왔다.
그리고 그런 비판이 아프지도 않았다. 사실이 아니었으니까. 내가 하늘 앞에 떳떳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끊임없이 반복되는 저주와 증오는 조중동을 보는 기득권 세력들의 머리를 세뇌시키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KBS 사장 재임 시절, 그리고 지난 1년 8개월의 세월을 지나오면서 언론 보도의 당사자가 되어 직접 겪어 보니, 언론이 아니라 사회적 흉기가 되어버렸구나 하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증오와 저주의 지면나는 지난해 6월부터 검찰이 흘린 일방적 정보를 받아쓴 조폭 언론들에서 이미 '연임을 위해 KBS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파렴치범', '인격 파탄자', '중범'이 되어버렸다. "KBS 정연주씨, 사장 더 하려 국민에게 1500억 손해끼쳤나'(<조선일보> 2008년 7월19일 사설) "배임액수 너무 커 사기업 사장이면 구속감"(<동아일보 2008년 8월 14일자 기사) 등의 기사가 한 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때는 어땠는가. 피의사실을 사전에 공표하지 못하게 엄연하게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데도 검찰은 거의 매일 브리핑을 했고, 언론은 생중계를 하면서 생매장을 하다시피 했다. 비판이 아니라 증오와 저주가 지면에, 화면에 넘쳤다.
언론의 1차적 기능인 '사실 보도'조차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흉기가 되어버린 조폭언론을 어찌할까. 이런 흉기에 이제 방송 날개까지 달아주겠다니, 이 나라가 장차 어찌 될까. 이런 일방적 언론환경에서 민주주의의 요체인 다양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런 답을 내놓았다.
"이기는 길은 모든 사람이 공개적으로 정부에 옳은 소리로 비판해야 하겠지만, 그렇게 못하는 사람은 투표를 해서,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또 집회에 나가고 하면 힘이 커진다.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된다. 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 하다 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나의 신년사를 조폭언론들이 비틀어버린 다음 날부터 한나라당에서 비난발언과 성명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는 <개콘> 소재가 되기에 충분한, 희한한 성명서가 한나라당 대변인실 이름으로 나왔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전 동아일보 기자,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 논설주간, kbs 사장.
기록으로 역사에 증언하려 함.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