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 홈페이지
새사연
"9월 들어서 CD금리가 수직상승 했어요. 그거랑 연관된 금융상품들도 많이 올랐고. 기준금리가 서 있는 거랑 상관없이 말이죠. 이게 가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체크해 주시고요. 저기, 신종플루는 언제 마무리 할 거예요?"지난 4일 홍대 인근에 위치한 어느 건물의 회의실. 40대 언저리로 보이는 남자 네 명이 화제를 바꿔가며 회의를 하고 있다. 저마다 수첩에 뭔가를 바쁘게 적는 남자들. '신종플루', '가계경제', '고용보험', '국정감사'…대화 속에 교차되는 얘깃거리들이 점점 범상치 않다.
어느새 오전 10시 40분. 오전 10시 부터 쉼 없이 이어진 회의는 "이번 주부터는 다들 매주 글 하나씩은 꼭 내도록 하자"는 말과 함께 마무리됐다. 회의를 마친 사람들이 떠난 탁자 위 재떨이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담배꽁초들이 촘촘하게 꽂혀있다. 대체 이 사람들은 누구일까.
4년 전이었다면 아마 아무도 맞출 수 없었을 질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지금의 이들과 같은 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때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가 만들어 낸 현상들과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연구하는 공간.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아래 새사연)' 얘기다.
새사연? 그게 뭐하는 곳인데?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가게 이름을 검색하면 자주 등장하는 핸드폰 대리점 이름이 있다. 바로 '싼 곳 찾다가 열 받아서 내가 차린 집'이다. 재치 있는 과장 속에 현실적인 필요와 절박함이 묻어난다. 지난 2006년 2월, '대안적인 진보정책 싱크탱크'를 표방하며 새사연이 만들어지게 된 본질적인 이유는 사실 이 핸드폰 가게가 만들어진 이유와 비슷하다.
"노무현 정부 중반 넘어서면서 진보 진영의 대안 부재, 콘텐츠 부재의 해결이 시급했어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이 필요한데 당시 학자들은 그걸 연구하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궁금증을 풀어주거나 대변해주는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웃으며 새사연의 설립 유래를 설명하는 윤찬영 미디어센터장. 지금이야 웃을지 모르지만 처음 연구소가 기획 될 때는 진보 진영 안에서도 "저게 과연 될까"하고 반신반의할 정도로 재정과 인력 수급 등 모든 것이 실험적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정 구조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여느 연구소처럼 학교에 소속되거나 특정 대기업, 정당의 후원을 받지 않으려다 보니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고심 끝에 나온 방안이 소득의 10분의 1을 연구소 운영비로 내는 '운영위원'을 100명 모으자는 것.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방법이 성공하면서 새사연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부족한 연구 인원은 팀워크로 보완했다. 해당 현장에 있는 회원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분과 제도'가 그 대표적인 예다. 새사연은 크게 경제연구센터와 정치사회연구센터, 두 곳으로 연구 분야가 나뉘어있고 각각의 연구센터 안에는 세부적인 연구 분과가 정해져 있다.
연구는 대개 분과 단위로 이뤄지는데, 분과 마다 상근 연구원과 외부 회원들로 구성된 '분과 위원'들이 주기적으로 회의를 하고 함께 연구를 진행되게 된다. 가령 교육 분과의 회의에는 현직 교사인 회원 혹은 학부모인 회원들이 위원으로 참석해서 진행된 연구에 대해 함께 토론을 하는 식이다. 이 제도는 새사연의 보고서가 실제 현실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비결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4년간 풀어낸 한국사회 '생얼' 700여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