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엔 각양각색의 인생들이 녹아있다

인도코끼리의 발톱을 만지고 오다 (6) - 트리밴드럼 중앙시장

등록 2009.08.11 14:38수정 2009.08.1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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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밴드럼 중앙시장 멀리 트리밴드럼의 상징인 스리 빠드마나바스와미 사원의 흰색 고뿌람이 보인다
트리밴드럼 중앙시장멀리 트리밴드럼의 상징인 스리 빠드마나바스와미 사원의 흰색 고뿌람이 보인다김철홍
▲ 트리밴드럼 중앙시장 멀리 트리밴드럼의 상징인 스리 빠드마나바스와미 사원의 흰색 고뿌람이 보인다 ⓒ 김철홍

 

트리밴드럼은 인도 남부 케랄라주의 주도다. 대도시답게 높은 인구밀도로 유명한 트리밴드럼.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중앙시장을 찾았다.

 

 시장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
시장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김철홍
시장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 ⓒ 김철홍

 

시장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시장은 발 디딜 틈이 없지만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들과 목적으로 바삐 움직일 뿐이다. 오직 한 사람, 그들이 사는 모습을 조금 더 가까이서 느끼고 싶은 욕심으로 시장을 찾은 나를 제외하고 말이다.   

 

 장을 보는 외국인 모자
장을 보는 외국인 모자김철홍
장을 보는 외국인 모자 ⓒ 김철홍
 
케랄라의 주도답게 이 곳에서는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다. 현지 체류중인 외국인으로 보이는 모자가 다정하게 시장을 거닌다. 트리밴드럼은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남인도 최대의 거점 도시다. 비록 직항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나라를 경유하여 트리밴드럼으로 갈 수 있는 비행기편을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도 있다.
 
 힌두 사원에 바치기 위한 성물인 꽃다발을 고르는 여인
힌두 사원에 바치기 위한 성물인 꽃다발을 고르는 여인김철홍
힌두 사원에 바치기 위한 성물인 꽃다발을 고르는 여인 ⓒ 김철홍

 

인도 사람들은 신성한 힌두 사원에 아름다운 꽃을 성물로 바친다. 신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한 여성이 신에게 바칠 화환을 고른다. 대부분의 힌두 신상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의식용 의복이나 장식품을 정성껏 준비해 치장하는 것이 신자의 도리라 생각하는 인도 사람들은 성수와 기름, 꽃, 귀금속 등으로 신상을 화려하게 단장한다.

 

귀금속 가게 인도에서는 금, 은 제품을 파는 귀금속 가게를 쉽게 볼 수 있다
귀금속 가게인도에서는 금, 은 제품을 파는 귀금속 가게를 쉽게 볼 수 있다김철홍
▲ 귀금속 가게 인도에서는 금, 은 제품을 파는 귀금속 가게를 쉽게 볼 수 있다 ⓒ 김철홍

 

꽃가게 못지않게 트리밴드럼 시장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귀금속 가게이다. 종교적인 이유에 기인 했지만 인도 사람들은 귀금속을 상당히 좋아한다. 인도 사람들은 금을 종교적으로 신성한 금속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려한 장신구를 착용하는 여성들은 물론 남자들 역시 목걸이나 팔찌 등의 금 장식품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금 장식을 많이 착용하는 것이 신실한 신자임을 증명하는 신앙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갓 볶은 커피를 정성스레 포장하는 상인
갓 볶은 커피를 정성스레 포장하는 상인김철홍
갓 볶은 커피를 정성스레 포장하는 상인 ⓒ 김철홍

 

인도 사람들은 짜이뿐만 아니라 커피도 좋아한다. 물론 그들이 옛부터 즐겨 마시던 음료는 아니지만 영국의 식민지 역사와 지구촌의 세계화는 인도 사람들의 입맛도 천천히 바꿔 놓았다. 온난한 기후덕에 커피가 잘 자라는 인도. 잘 고른 인도 커피는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나는 우리 돈으로 약 3000원 가량을 지불하고 질 좋은 인도커피 500g을 샀다. 

 

 흥겨운 모습의 시장 사람들
흥겨운 모습의 시장 사람들김철홍
흥겨운 모습의 시장 사람들 ⓒ 김철홍
 
상인들의 모습은 참 밝다. 원색의 열대과일들을 리어카에 늘어 놓고 목청을 외치는 젊은 행상부터 번듯한 점포를 차려놓고 손님을 맞는 중년의 가게 주인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상인들은 명랑하고 친절하다. 트리밴드럼을 비롯한 남인도에서 확실히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있는데, 다른 곳과 달리 이 사람들이 웬만해서는 외국인들에게 심한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손님을 기다리는 신기료 장수들
손님을 기다리는 신기료 장수들김철홍
손님을 기다리는 신기료 장수들 ⓒ 김철홍

 
시장 모퉁이 한적한 곳에서는 신기료 장수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신발에서 우산에 이르기까지 못 고치는 것이 없는 만능 재주꾼들. 그들의 손을 거친 물건들은 어느새 쓸만한 신기료표 신상품으로 탈바꿈 한다.
 
 우산을 고치는 신기료 장수
우산을 고치는 신기료 장수김철홍
우산을 고치는 신기료 장수 ⓒ 김철홍

 
신기료 장수들은 많은 단골 손님들을 가지고 있다. 손님들은 별 망설임 없이 자기가 즐겨 찾는 신기료 장수에게 물건을 맡긴다. 잠시 후 물건을 찾은 손님은 신기료 장수의 훌륭한 솜씨에 아낌없는 칭찬과 덕담을 나누며 집으로 돌아간다. 가난하지만 풍족한 인정과 여유가 넘쳐 흐른다. 
 
 신기료 장수의 솜씨에 만족하는 인도 여인
신기료 장수의 솜씨에 만족하는 인도 여인김철홍
신기료 장수의 솜씨에 만족하는 인도 여인 ⓒ 김철홍
 
사람 많은 시장에 난데없이 커다란 트럭이 나타났다. 얼핏 보기에 곡식을 가득 담은 푸대자루들이 많이 실려 있었는데, 트럭은 시장 여기저기를 누비며 별 탈없이 시장을 빠져 나간다.
 
 발 디딜 틈 없는 인파 사이에 난데없이 나타난 트럭
발 디딜 틈 없는 인파 사이에 난데없이 나타난 트럭김철홍
발 디딜 틈 없는 인파 사이에 난데없이 나타난 트럭 ⓒ 김철홍

 

장사꾼을 비롯해 시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의 안전이 걱정되기도 했는데, 정작 그들은 아무 상관 없다는 듯 태연하게 트럭에게 길을 양보한다. 

 

 아무 일 없었다는듯 유유히 시장을 빠져 나가는 트럭
아무 일 없었다는듯 유유히 시장을 빠져 나가는 트럭김철홍
아무 일 없었다는듯 유유히 시장을 빠져 나가는 트럭 ⓒ 김철홍

 

뒤이어 비슷한 물건들을 손수레에 가득 싣고 두 명의 짐꾼들이 나타났다. 일종의 택배사원인듯 한 짐꾼들은 시장 여기저기에 싣고 온 물건들을 내려놓고 제 갈길을 간다. 

 

 인파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짐꾼
인파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짐꾼김철홍
인파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짐꾼 ⓒ 김철홍
 
신기하게 비치는 재미있는 모습들. 하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모습들. 지금은 사라져서 볼 수 없지만 어린시절 시장이며 동네 어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익숙한 풍경들이었다.
 
시장을 누비는 오토릭샤 세발 오토바이인 오토릭샤는 인도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이다
시장을 누비는 오토릭샤세발 오토바이인 오토릭샤는 인도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이다김철홍
▲ 시장을 누비는 오토릭샤 세발 오토바이인 오토릭샤는 인도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이다 ⓒ 김철홍

 

그 시절, 우리나라에도 삼륜차가 있었다. 인도의 오토릭샤처럼 정식 택시는 아니고 일종의 용달 트럭이었던 삼륜차. 하지만 사람들은 저렴한 요금의 삼륜차를 택시로 많이 이용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불법영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 당시 삼륜차는 없어서는 안 될 서민의 발이었다.

 

 오토릭샤의 운임을 지불하는 아기엄마
오토릭샤의 운임을 지불하는 아기엄마김철홍
오토릭샤의 운임을 지불하는 아기엄마 ⓒ 김철홍
 

인도의 삼륜차 오토릭샤. 그 옛날 삼륜차의 통풍구에서 나오던 시원한 바람만큼 아름다운 인도의 향기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자가용 오토바이를 타고 시장을 나서는 부부
자가용 오토바이를 타고 시장을 나서는 부부 김철홍
자가용 오토바이를 타고 시장을 나서는 부부 ⓒ 김철홍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인도. 거리의 오토릭샤, 오토바이, 그리고 시내버스 대신 수많은 자가용이 거리를 뒤덮을 때 즈음, 어쩌면 인도사람들은 오늘을 그리워 할지도 모른다.

 

 시장 앞의 버스 정류장
시장 앞의 버스 정류장김철홍
시장 앞의 버스 정류장 ⓒ 김철홍

 
 버스를 기다리는 트리밴드럼 주민들
버스를 기다리는 트리밴드럼 주민들김철홍
버스를 기다리는 트리밴드럼 주민들 ⓒ 김철홍
 

갑자기 버스 정류장 한 켠이 시끄러워졌다. 무엇엔가 단단히 화가 난 할아버지가 젊은 여자를 심하게 꾸짖고 있다. 순한 사람들이지만 이치에 맞지 않는 일에는 좀처럼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사람들이 인도사람들이다. 꼿꼿한 젊은 여인과 화가 난 할아버지. 싸움이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젊은 여인과 시비가 붙은 인도 할아버지
젊은 여인과 시비가 붙은 인도 할아버지김철홍
젊은 여인과 시비가 붙은 인도 할아버지 ⓒ 김철홍

 

사건의 발단은 자전거를 운전하던 할아버지가 길 가던 여인을 살짝 스친 것에 있었다. 할아버지도 할아버지지만 젊은 여인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조용하면서도 쉽사리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여인에게 할아버지는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안타까운 표정으로 여인의 말을 듣고 있는 할아버지
안타까운 표정으로 여인의 말을 듣고 있는 할아버지김철홍
안타까운 표정으로 여인의 말을 듣고 있는 할아버지 ⓒ 김철홍

 

시간이 흐르고, 계속된 여인의 침착한 반론 앞에 할아버지는 결국 사과를 하고 말았다. 할아버지는 기분이 많이 상했다. 돌아서는 할아버지의 초라한 어깨가 안쓰럽게 보였다.

 

 여인의 말에 수긍한 할아버지가 결국 사과를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여인의 말에 수긍한 할아버지가 결국 사과를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김철홍
여인의 말에 수긍한 할아버지가 결국 사과를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 김철홍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를 가나 비슷하다. 사람들이 모인 곳, 사람들이 부딪치는 그 곳에서 사람들은 웃고, 울고, 때론 화도 내고, 사랑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시장에서 복권을 구입한 후 기대에 부푼 중년 남성
시장에서 복권을 구입한 후 기대에 부푼 중년 남성김철홍
시장에서 복권을 구입한 후 기대에 부푼 중년 남성 ⓒ 김철홍

 

작가 김주영은 "시장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라고 말했다. 사람 사는 모습을 진정으로 보고 싶다면 시장을 가면 된다. 시장엔 각양각색의 인생들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 곳엔 생존을 향한 원초적 본능이 숨어 있다.

덧붙이는 글 | '2009 이 여름을 시원하게 응모'

2009.08.11 14:38ⓒ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2009 이 여름을 시원하게 응모'
#트리밴드럼 #남인도 #인도 #케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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